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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2.12 19:14 수정 : 2007.02.12 19:14

사설

존 하워드 오스트레일리아 총리가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바락 오바마 상원의원을 비난해 물의를 빚고 있다. 오바마 의원은 10일 대선출마를 선언하면서 이제는 미국인들의 생명을 바친다고 해서 다른 나라 내전의 핵심에 있는 정치적 이견을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라크 주둔 미군을 철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하워드 총리는 이를 “이라크를 혼란에 몰아넣어 완전히 파괴하려는 사람들을 부추기는 발언”이라고 비판하고 “내가 알카에다 조직을 지휘한다면, (오바마가 말한 철수시한인) 2008년 3월에 동그라미를 치고 오바마뿐 아니라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 가능한 한 많이 기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내년 3월까지 미군을 철수한다는 것은 미국의 패배를 의미하며, 이는 중동지역을 혼란에 빠뜨리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하워드 총리의 발언은 여러가지 점에서 부적절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우선 한 나라의 총리로서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오스트레일리아도 이라크 파병국이라 미국의 이라크 정책에 예민하게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점은 이해할 수 있다 하더라도 노골적으로 오바마와 민주당을 겨냥한 그의 발언 수위는 지나치다.

아울러 하워드 총리의 발언은 이라크와 중동 정세에 대해서도 잘못된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 공화당 정부의 국무장관을 역임한 제임스 베이커가 중심이 됐던 이라크 연구그룹조차 미국이 군사력만으로 이라크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란이나 시리아 등 주변국과의 협력을 통해서 문제를 풀라고 조언했다. 물론 부시 행정부는 연구그룹의 보고서를 묵살하고 2만여명의 미군을 증파하겠다고 밝혔지만, 그것이 승리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은 미국 민주당뿐만 아니라 공화당 의원들까지 증파안에 반대하는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더구나 이라크인들의 4분의 3 이상이 미군 주둔이 이라크를 더 불안정하게 만든다며 미군철수를 요구할 정도로 이라크 내부의 지지도 얻지 못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2006년 한 해에만 민간인이 3만6천여명이나 숨졌고, 개전 이후 민간인 사상자 수는 10만명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래도 이라크전이 이라크와 중동의 평화를 위한 전쟁이라고 할 수 있는가? 하워드 총리는 더는 중동평화라는 말을 입에 올려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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