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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2.12 19:15 수정 : 2007.02.12 19:15

사설

이병완 대통령 비서실장의 발언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한나라당 사이에 긴장이 조성되고 있다. 이 비서실장이 지난주말 참여포럼 초청강연에서 “(한나라당의 대선후보들이) 집권하면 개헌을 하겠다고 하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말한 것이 발단이 됐다. 한나라당은 “이 실장이 공무원의 선거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며 선관위 고발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한다.

내용의 옳고 그르고를 떠나 매우 볼썽사납다. 노무현 대통령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모처럼 만나 민생정치를 위해 협력하기로 약속한 지 며칠이나 됐다고 서로 험한 말을 주고받고 고발 운운하는가. 서로 자중해야 한다.

이 실장에게 먼저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최고위 참모가 전면에 나서 야당을 공격하고 압박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비서실장은 신분상으로도 공무원이지 정치인이 아니다. 대통령이 제기한 개헌의 필요성을 비서실장으로서 이런저런 자리에서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호소할 수는 있다. 하지만, 개헌 논의에 응하지 않는다고 야당을 때리는 것은 다른 문제다. 야당 보고 “함구령이라는 긴급조치 1호를 내렸다”거나, “그걸 따라가는 국회의원을 국민들이 어떻게 보겠느냐”고 비아냥거려서는 될 일도 안 된다.

현직 비서실장이 야당 대선후보의 선거 공약을 두고 이러쿵 저러쿵 언급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차기 후보가 경제성장률을 7%로 제시하든 10%로 제시하든, 청와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선뜻 끼어들 일이 아니다. 공약을 검증하고 비판하는 건 정당, 언론, 시민단체를 포함한 국민, 또는 후보들끼리 하면 된다. “참여정부의 성장률 5%를 파탄이라도 해놓고 7%를 제시한 것은 웃긴다”고 말하면 괜한 감정싸움밖에 더 되겠는가. 더구나 청와대는 지금 야당 후보 공약에 감놔라 배놔라 할 처지가 못 된다. 아파트값 안정과 대학 등록금 문제, 청년실업 해소 등 할일이 태산이다.

비서실장의 강연 가운데 몇 대목을 놓고 발끈해 선관위 고발을 검토하겠다는 한나라당의 대응도 지나치다. 그 정도의 비판을 놓고 선거중립이 훼손됐다고 펄쩍 뛴다면 매일 전국 곳곳을 다니면서 공약이다 뭐다 쏟아내는 한나라당 대선후보들은 모두 사전 선거운동 금지 조항을 위반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걸핏하면 정치를 법의 영역으로 끌고가는 버릇을 버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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