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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2.13 19:24 수정 : 2007.02.13 19:24

사설

초안만으로 보면, 법무부가 국가인권정책 기본계획을 왜 세우려하는지 의심스럽다. 앞으로 우리 사회가 추구하고 실현해야 할 계획이라면, 당연히 적극적인 인권 증진을 지향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초안은 기존의 인권침해 제도나 요소들까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국내 인권단체는 물론 국제사회로부터 빈축을 살 게 뻔한데, 기본계획이랍시고 세상에 내놓는 배짱이 부럽다.

물론 유엔 사회권규약위원회가 요청하고, 인권위원회가 권고안까지 제시했으니 팔짱만 끼고 있을 순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인권 후진국을 표방하는 계획을 만방에 공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인권위는 지난해 인권침해 우려가 있는 제도 개선과 적극적인 사회적 약자 보호를 뼈대로 한 권고안을 제시했다. 국가보안법·보안관찰법 폐지와 사형제 폐지는 기본이었다. 이미 유엔인권위원회 등 국내외 인권단체들이 요구했던 것들이다. 두 법은 존재 근거 자체가 빈약하고, 죄형 법정주의 원칙에도 위배되며, 양심·사상·표현의 자유 등 인간의 존엄성을 근본적으로 위협한다. 국제인권규약에도 위배된다. 사형제의 경우 이미 구미 선진국에서 대부분 폐지했다. 범죄 예방 효과도 없을 뿐더러, 국가에 의한 살인행위라는 도덕적 문제도 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무부는 신중하게 법 적용을 하겠다거나 검토하겠다는 식으로 태도를 정리했다. 그동안 수도 없이 논의·토론해 쟁점이 정리된 사안인데, 이제서야 무얼 검토하겠다는 것인지 착잡하다. 교사나 공무원의 정치활동 범위 확대와 관련된 조항은 아예 빠졌다.

인권정책의 목표는, 인권침해 우려가 있는 제도의 개선은 기본이고, 궁극적으로는 비정규직·장애인·이주노동자·여성·어린이·성적소수자 등의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 있다. 초안에는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 보호 부문에서 일부 전향적인 계획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기대 이하다.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는 국방부가 운영 중인 대체복무제 개선연구회에 미뤘다. 적극적인 사안의 경우에도 행동계획, 실행계획, 추진계획이 추상적이다. 회피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이래서야 국가 인권정책 기본계획이라고 할 수 없다. 우리는 국제 사회에 부끄럽지 않은 인권 증진의 청사진이 나오기를 바란다. 기본계획을 처음부터 다시 작성한다는 자세로, 여론을 수렴하기를 기대한다. 청와대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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