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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2.13 20:16 수정 : 2007.02.13 20:16

사설

6자 회담 참가국들이 어제 발표한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초기 조처’는 9·19 성명의 본격적 이행을 알리는 첫 합의문서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으로 가는 긴 장정이 실천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각국은 합의 내용을 성실하고 신속하게 이행함으로써 평화를 향한 새 틀을 정착시키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동북아 평화 위한 대장정의 시작

북한이 영변 핵시설의 폐쇄를 넘어서 모든 핵 프로그램에 대한 완전한 신고와 모든 핵시설의 불능화라는 다음 단계 조처까지 동의한 것은 9·19 성명 이행 의지를 구체화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기존 북한 핵무기에 대한 조항이 들어 있지 않다고 폄하할 것은 없다. 9·19 성명은 ‘북한의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계획 포기’를 규정하고 있으며, 이번 합의의 이행은 이를 위한 앞부분 행동에 해당한다. 합의대로만 되더라도 북한이 다시 원자로를 돌리거나 핵계획을 추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신뢰를 얼마나 얻을지는 우선 영변 핵시설 폐쇄 기한으로 명시된 앞으로 60일 동안의 충실한 실천에 달렸다.

6자 회담 산하에 설치하기로 한 다섯 개 실무그룹(워킹그룹)은 회담 논의 구조를 상설화해 실효성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6자 회담이 비로소 일상적 논의구조와 집행력을 가진 조직체가 된 셈이다. 한반도 비핵화, 경제·에너지 협력, 동북아 평화·안보 체제, 북-미 관계 정상화, 북-일 관계 정상화를 다룰 다섯 실무그룹에다 별도로 설치될 한반도 항구적 평화체제 포럼을 더하면 9·19 성명 내용의 전부를 포괄한다. 각국은 역량 있는 대표단을 보내 이들 그룹에 힘을 실어줘야 할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건 북-미 관계 실무그룹이다. 지난달 북-미 베를린 협상이 이번 합의의 물꼬를 텄듯이 북-미 관계 진전은 6자 회담 전체의 속도와 내용을 좌우할 열쇠이기 때문이다. 북한과 미국 두 나라는 적대적 정책들을 신속하게 청산해 정상적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 특히 미국은 초강국이라는 위상에 걸맞게 약소국인 북한의 체제불안 우려를 덜어주는 조처를 먼저 취함으로써 사태 진전의 실마리를 풀길 바란다. 미국이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와 적성국 교역법 적용 종료 문제를 먼저 검토하기로 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의미가 있다.

에너지 등 대북 경제지원을 북한의 비핵화 이행 정도와 연계한 것은 ‘행동 대 행동’ 원칙 면에서 타당하다. 북한이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 규모와 내용은 결국 핵폐기 정도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다. 북한은 회담 때마다 많은 지원을 요구해 협상을 어렵게 만들기보다 성실한 비핵화 실천을 통해 훨씬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지나친 요구는 북한의 의도에 대한 각국의 의심만 키울 뿐이다.

참가국들이 대북 지원 규모와 분담 방식 문제를 두고 막판까지 난항을 겪은 것은 유감스럽다. 특히 북-일 양자 사안인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대북 지원과 연계한 일본의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동북아 전체의 평화구조보다 자국의 이익만을 앞세워서는 다른 나라의 이해를 얻을 수 없다. 제네바 합의 때 대북 중유 지원의 70%를 떠맡았던 미국이 이번에 한걸음 뒤로 물러선 것도 실망스럽다. 북-미 양자 협상의 산물인 제네바 합의와 다자 협의체인 6자 회담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미국은 핵심 참가국으로서 더 많은 부담을 떠맡아야 한다. 앞서 한국이 제안한 대북 전력 지원안이 살아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한국은 이번 회담에서 주도적 구실을 했다. 북-미 사이의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뤄지도록 적극적으로 중재했고, 대북 지원 규모·시기·분담 방법을 놓고 갈린 참가국들의 의견을 한데 모으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앞으로 실무그룹 등에서 각종 논의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게 되는 만큼 한국의 구실 역시 더 커져야 한다. 미국내 강경파가 반발해 회담 진전이 흔들리지 않도록 한-미 사이 의견 조율이 더 긴밀해져야 하는 건 말할 것도 없다.

남북관계도 회담 진전에 발맞춰 전향적으로 다시 검토할 때다. 먼저 남북 당국자 회담이 열려야 하고, 북한내 어려운 경제사정에 상응하는 인도적 지원 재개도 고려해야 한다. 남북 사이 각종 경협도 이제는 핵폐기 이후까지 내다보면서 새로운 차원에서 틀을 짜 나갈 때다. 확고한 방침 아래 꾸준히 실행해 나갈 수 있는 전략적 대북 정책이 요구된다.

범정부 차원의 대비 있어야

6자 회담은 이제 어려운 한 고비를 넘었다. 앞으로도 난관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참가국들의 의지만 확실하다면 풀지 못할 문제는 없다. 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앞으로 몇 해 안에 한반도 및 동북아 전체의 안보·경제 환경이 근본적으로 달라지게 된다. 본회담은 물론이고 실무그룹과 한반도 평화체제 포럼에서 논의될 내용 하나하나가 우리의 존재조건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범정부 차원의 대비와 대응이 필요한 이유다. 이번 합의는 9·19 성명 이후 최대 성과물이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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