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2.14 19:21
수정 : 2007.02.14 19:22
사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7차 협상장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우리를 당혹스럽게 한다. 날마나 큰 양보안이 새롭게 흘러나온다. 도대체 양보의 끝이 어딘지 알 수 없다. 협상단의 태도를 보면, 내용이야 어찌되든 협상만 타결하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아닌지 의심이 든다. 협상 내용이 다 알려지지 않은 탓에 걱정은 더욱 크다.
이미 정부는 자동차 세금제도와 의약품 분야에서 미국 요구를 상당부분 받아들일 뜻을 내비쳤다. 농산물 분야 협상안은 더욱 놀랍다. 그제는 우리가 제시할 농산물 시장 개방안에 관세철폐 예외품목 수를 235가지에서 100여가지로 절반 이상 줄인다는 얘기가 나왔다. 품목 수는 국제통일 상품 분류체계(HS) 기준을 따르는 것이라, 일반적인 기준으로 보면 개방하지 않는 품목이 20여 가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협상단이 그 정도를 양보의 마지노선으로 잡고 있다는데, 미국 쪽은 그 이상을 요구하고 있어 개방 폭은 더 커질 수도 있다. 누구도 생각지 못한 수준이다.
어제는 쌀도 일부 개방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협상단 안에서 흘러나왔다. 쌀은 국제 분류 체계로 보면 멥쌀·찹쌀 등 18가지 품목이 있는데, 농민들한테 피해가 덜한 여섯 가지는 관세화 유예품목에서 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쌀만은 지키겠다”던 대국민 약속에 어긋나는 얘기다. 다른 나라와 분쟁이 없게 하려면 이들 품목의 수입은 허용하되 관세를 매기는 방안이 될 가능성이 큰데, 그러면 미국뿐 아니라 모든 나라에 시장을 여는 결과가 된다. 국내 소비가 적은 품목이라 해도 결코 가벼운 사안이 아니다.
협상은 서로 요구를 주고받는 것이라 애초 세운 계획대로만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상대가 있는 만큼 협상안을 죄다 미리 공개하라고 하기도 무리다. 중요한 것은 국민이 그것을 이해할 수 있느냐다. 이번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은 나라 안에서 제대로 된 공청회 한 차례 없이 시작됐다. 그러다보니 협상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농민을 비롯해 개방 피해를 우려하는 사람들의 반발이 매우 거세다. 그런데, 이미 단단히 약속한 ‘쌀’마저 문고리를 외국에 넘기려 하는 등 국민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쪽으로 협상이 흘러가고 있다. 이래서는 설령 협상이 타결된다고 해도 갈등만 더 커질 뿐이다. 이 협정을 왜 체결하려는 것인지를 협상단은 먼저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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