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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고 미래지향적인 남북관계를 |
제20차 남북 장관급 회담이 이달 말 평양에서 열린다. 지난해 7월 부산에서 연 19차 회담 이후 7개월 반 만이다. 북한 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의 나쁜 영향이 6자 회담 2·13 합의로 다 상쇄된 건 아니지만, 새 출발을 할 기본 조건은 갖춰졌다. 비 온 뒤 땅이 굳듯이 더 굳건한 틀을 짜 나갈 때다.
남북 관계는 건강하고 서로 도움이 돼야 한다. 여느 국가간 관계가 그렇듯이 주고받는 게 없으면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인도적 문제든 경제협력이든 안보사안이든 구체적 성과의 축적이 필요하다. 이산가족·전쟁포로·납북자 문제 진전과 개성공단 사업 확대, 경의선·동해선 철도와 도로 연결, 북한 경공업·자원개발 협력 등은 그래서 중요하다. 군사 현안에 대한 논의도 빨리 시작해야 한다. 남북한 안팎의 정치적 이유로 각종 회담이 파행을 겪는 일이 더는 있어선 안 된다.
더 중요한 건 미래지향적 태도다. 남북 관계 진전은 곧 통일의 밑거름이기 때문이다. 경제공동체를 구축하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이뤄내는 것은 그 자체로 통일 과정의 일부다. 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도 ‘한반도 항구적 평화체제를 다룰 포럼 구성’을 규정함으로써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남북 당국은 상대의 의도를 따지기에 앞서 통일을 내다보며 일관성 있는 실천 의지를 보여야 한다. 남북 관계가 튼튼할수록 핵 문제 등 국제적 사안을 풀어가기도 더 쉽다.
대북 인도적 지원은 이 모든 것에 선행한다. 북쪽 주민들이 식량과 에너지 부족으로 고통 받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제 좀더 효과적인 지원방법을 생각할 때다. 필수적인 긴급구호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북한내 재생산 기반 구축을 도와야 한다. 국내 일부 보수세력이 이런 노력조차 반대하면서 북쪽 주민의 인권 문제만 앞세우는 태도는 큰 모순이다. 북쪽 당국 역시 지원이 목적에 맞게 쓰이도록 국제사회와 협력 체제를 강화해야 마땅하다.
장관급 회담은 남북 당국간 모든 접촉의 기둥 구실을 한다. 이 회담의 성과에 남북 관계 진전의 질과 속도가 달린 것이다. 그보다 격이 높은 총리급 또는 정상 회담의 성사 여부도 핵 문제 진전과 더불어 장관급 회담이 얼마나 내실 있게 진행되느냐에 달려 있다. 양쪽 당국은 새 시대를 열어간다는 마음가짐으로 이번 회담에 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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