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2.16 17:49
수정 : 2007.02.16 17:49
사설
“일본 정부에 의한 강제적 군사 성매매인 위안부 제도는 그 잔혹함과 규모에서 전례가 없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는 20세기 최대 인신매매의 하나로 윤간, 강제 낙태, 굴욕, 성폭력 등은 신체 불구, 죽음 또는 자살로 귀결됐다.”
마이클 혼다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 등이 최근 의회에 낸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의 한 구절이다. 한국인이라면 대개 아는 내용이지만 일본이 인정하지 않으니까 미국인들까지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다. 그제 하원 외교위 아시아태평양소위에서는 위안부로 끌려갔던 한국인 두 분과 네덜란드인 한 분이 처음으로 청문회 증인으로 참석했다. 씻을 수 없는 아픈 기억을 토해낸 이들 할머니가 바라는 건 무엇보다 일본 정부의 진정한 사죄다.
미국 하원 국제관계위는 지난해 9월 비슷한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으나 일본 쪽의 치열한 로비에 밀려 본회의엔 상정도 되지 못하고 폐기된 바 있다. 2001년과 2005년에도 결의안이 마련됐으나 상정되지 못했다. 일본은 이번에도 결의안 통과를 막기 위해 로비에 필사적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이런 행태가 과연 민주국가를 자처하는 세계 2위 경제대국의 진짜 모습인지 모든 일본인에게 묻고 싶다.
자신도 일본계인 혼다 의원은 “과거의 잘못을 사과하고 화해하는 것은 아무리 늦어도 결코 늦은 게 아니다”라고 말한다.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로마규정도 집단학살과 성노예·성폭력 등은 공소시효 적용을 받지 않는 반인도적 범죄로 규정한다. 그런데 일본 집권세력의 움직임은 거꾸로다. 일본군이 위안부 모집과 동원·관리에 개입할 사실을 인정한 1993년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 담화조차 갈수록 무시당하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는 교과서에서도 일본군 위안부 관련 기술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해온 사람이다.
위안부 문제를 완전하게 풀려면 여느 국가범죄 처리와 마찬가지로 일본 정부의 진정한 사죄, 배상,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역사교육, 위령비 건립 등의 조처가 취해져야 한다. 이 가운데 이뤄진 건 아직 하나도 없다.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일본은 역사적 잘못에서 자유로워질 수도, 아시아 나라들에 화해·협력을 얘기할 수도, 국제사회의 지도국이 될 수도 없다. 할머니들은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있다. 일본은 이들의 피맺힌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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