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7.02.16 17:49 수정 : 2007.02.16 17:49

사설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설날 아침에’ 김종길 시인이 당부하듯, 올 설 우리 모두의 마음에 온기가 가득하면 좋겠다. 모처럼 일가친척이 모인 것이 즐겁고, 함께 둘러앉아 하는 이야기가 정겨웠으면 좋겠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듯하다. 최근 한 백화점의 조사에선 응답자의 74%가 명절증후군을 겪고, 30대의 경우 그 비율은 95%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군다나 명절증후군은 주부의 전유물이 아니어서 많은 남편, 시부모, 성장한 자녀들도 명절이 즐겁지 않고 고통스럽다고 호소한다.

명절증후군의 근본 원인은 지금의 명절 쇠는 방식이 변화한 가족관이나 개인관과 충돌하는 데 있다. 남녀평등 의식과 개인주의로 무장한 현대인들로선 가부장적 대가족제도 당시의 문화에 적응하고 견디는 것이 힘든 일이다. 그러므로 명절증후군 없는 즐거운 설을 맞이하려면 이런 문화적 갈등을 해소할 일종의 ‘문화혁명’이 필요하다. 이 문화혁명의 기본 정신은 배려와 나눔이다.

우선 명절증후군의 가장 큰 원인인 가사노동을 줄이는 일부터 시작하자. 준비하는 음식 가짓수를 대폭 줄이고, 음식 준비와 설거지 등 가사노동도 온 가족이 공평하게 부담하도록 만들자. 물론 이런 변화는 남성들이 주도해야 한다. 시가 어른들 앞에서 며느리들이 반란을 일으키는 것보단 충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결혼이나 취업, 진학처럼 예민한 문제를 거론해 서로 불편하게 하느니보단 오랜만에 부모님과 만나는 기회를 점차 잊혀져갈 그분들의 삶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해두는 기회로 삼는 것도 좋은 일이다. 아울러 가족 단위로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놀이나 프로그램을 개발해 오래간만의 만남에 윤활유로 활용하려는 노력도 해보자.

이와 더불어 우리의 눈을 밖으로 돌려보는 것도 필요하다. 체불임금 노동자, 이주노동자, 결혼이주 여성처럼 설에도 고향에 가지 못하는 우리의 이웃을 배려하고 함께 나눈다면 우리 마음의 응어리를 사소한 것으로 날려버릴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