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2.20 19:07
수정 : 2007.02.20 19:07
사설
사기와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제이유그룹 주수도 전 회장에게 어제 1심 법원이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이득액이 50억원을 넘는 사기죄의 법정 최고형량인 무기징역을 구형했으나, 징역 12년도 중형이라 할 만하다. 피해자가 9만여명, 피해액이 2조원에 가까운 경제범죄를 두고 법원이 엄벌 의지를 밝힌 것으로 평가한다.
여러 범죄 혐의 가운데서도 법원이 1조8000억여원의 사기 혐의를 유죄로 본 것은 의미가 크다. 물품을 사는 회원들에게 터무니없이 많은 수당을 지급하기로 함으로써, 시간이 흐르면 제대로 수당을 줄 수 없게 되는 유통사업 방식은 그 원리가 ‘피라미드 사기’와 같다. 법원은 “주씨가 그런 결과가 벌어질 것을 알면서도 문제가 없는 것처럼 선전해” 회원을 모으고 사업을 한 것을 사기로 인정했다. 제이유그룹과 비슷한 방식으로 회원들에게 수천억원의 피해를 보인 위베스트 안홍헌 대표에게도 법원은 지난해 10월 항소심에서 사기죄로 징역 10년형을 선고한 바 있다. 방문판매업법의 허점을 파고든 다단계 업체나 방문판매 업체의 사기극을 처벌할 근거가 이로써 좀더 확실해졌다.
대중이 이런 사기극에 요즘도 쉽게 현혹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외환위기 직후에는 ‘파이낸스’란 이름을 내걸고 회원들에게 초고금리를 준다는 금융 피라미드 업체가 전국에 퍼져 엄청난 피해자를 낳더니, 최근 몇 해 사이엔 회원이 물건을 사면 물건값보다 더 많은 수당을 준다는 이른바 ‘공유 마케팅’ 업체가 또 수많은 피해자를 낳았다. 경제사정이 어려운 때일수록 대중은 ‘한탕’의 유혹에 눈멀기 쉽다. 사기극을 벌인 사람이 나쁘지만, 이런 범죄가 큰 사회문제로 불거져야 국가가 나서는 것도 제 구실을 못한 것이다.
사기 피해자가 특정되기 전에는 수사기관이 나서기 어렵다는 점은 이해한다. 그러나 한번 피해가 생기고 나면 구제는 어려운 만큼, 나중에 범죄자를 처벌하는 것보다 예방에 더욱 힘써야 한다. 우선 방문판매업법을 고쳐 법의 그물망을 더 촘촘하게 짜야 한다. 그렇게 해도 법의 허점을 노리는 이들을 다 막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기극일 가능성이 큰 편법 피라미드 업체에 대해 소비자보호원,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합법적으로 개입해 사업방식을 따지고 위험을 경고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게 옳다고 본다. 그러라고 있는 국가기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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