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2.21 19:09
수정 : 2007.02.21 19:09
사설
한국의 노사관계가 세계 최악 수준이어서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주장이 상식처럼 되어 있다. 많은 언론들이 연례행사처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이나 세계경제포럼의 국제 경쟁력 비교 조사를 인용보도해 온 탓이다. 이 두 기관의 노사관계 조사가 기업 경영자들의 주관적인 평가에 좌우된다는 지적에 주목하는 이들은 거의 없고, 마치 모든 문제가 과격한 노동운동 탓인 것처럼 몰아가기에만 바쁘다.
이런 상황에서 객관적으로 노사관계를 비교한 연구가 나와 눈길을 끈다. 김동원 고려대 교수가 노동부의 의뢰로 벌인 ‘우리나라 노사관계 평가기준 연구’가 그것이다. 이 연구 결과는 우리 사회에 상식처럼 퍼져 있는 인식을 상당 부분 뒤집는다.
먼저 좁은 의미의 객관적 노사관계 지표, 곧 갈등 지표만으로 보면 한국의 노사관계는 경제협력개발기구 30개 회원국 가운데 14위로 나왔다고 한다. 파업 증가율, 파업 참가자수 증가율, 1천명당 노동손실 일수를 비교한 결과다. 여기에 국제경영개발원과 세계경제포럼 등 다른 ‘주관적 갈등 지표’ 조사치를 종합하면 한국의 ‘갈등 순위’는 30국 가운데 5위로 나타났다고 한다. 주관적 조사들이 워낙 나쁜 탓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 지표가 노사관계 전체를 보여주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넓은 의미의 노사관계 지표다. 이는 노사관계가 얼마나 효율적인지, 형평성은 얼마나 실현되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지표다. 이 지표로 보면 30국 가운데 22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 또한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지만, 이렇게 나온 주요인은 형평성이 떨어지는 데 있다고 한다. 효율성에서는 9위를 기록한 반면, 형평성에서는 27위였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형평성은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발현시킬 수 있는 일련의 근로기준”을 뜻한다. 최저임금, 노동시간, 작업장 안전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차별 금지 등 공평한 대우가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우리 노사관계의 진짜 문제는 노동자들의 조건이 국제수준과 비교해 너무 열악하다는 지적인 것이다.
물론 이 연구가 우리 노사관계를 가장 정확하게 반영한다고 장담할 수는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 노사관계의 핵심 문제를 따져보고 개선책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계기로 삼기에는 충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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