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2.21 19:10
수정 : 2007.02.21 19:10
사설
지난해 6월 말부터 석 달 가까이 이어진 포항지역 건설 노동자들의 파업에 검찰이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보여주는 보고서가 공개됐다. “공개될 경우 검찰의 발전을 위하여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으므로 보안에 각별히 유의하라”는 알림이 붙어 있는 대외비 문서다. 대구지검 포항지청이 당시 파업사태에 얼마나 잘 대처했는지 자랑하려고 만든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보고서 발간을 탓할 일은 아니다. 문제는 파업을 보는 검찰의 인식이 여전히 구시대적이라는 데 있다. 보고서는 곳곳에 적과의 전투에서 이긴 장수가 전과를 자랑하는 분위기를 풍긴다.
포항 건설노동자들이 포스코 본사 건물을 점거한 것은 분명 법을 어긴 것이다. 하지만 불법파업이라고 해도 따져볼 일은 있다. 노동자들이 왜 임금손실과 형사처벌을 감수하면서까지 그런 행동으로 나섰는지를 함께 살피고 이를 참작하는 것 또한 검찰이 할 일이다. 포항 건설노동자들은 평균 임금이 우리나라 도시 노동자 평균임금에 크게 못미쳤고, 실질적인 사용자가 거부하면 합법적인 교섭 자체가 애초 불가능한 처지였다. 검찰이 “노조의 불법행위를 즉각적으로 응징하지 못한” 것을 한탄하는 것은 한쪽 면만 본 것이다. 보고서를 보면 검찰은 파업 초기부터 예상되는 불법행위 유형을 정리하고 적용법률을 검토했으며, 현장을 방문한 정치인들까지 감시하며 처벌을 위한 증거수집에 열심이었다. “불법 집단행동 풍조를 종식시키는 계기”로 삼겠다며 구속자를 늘리려고만 애썼다. 그 결과가 단일 노동자 파업 사건으로는 사상 최대인 70명 구속으로 나타났다.
노사쟁의는 노사 양쪽의 협상이 실패할 때 일어나는 일이고, 이때 쟁의행위에 들어가는 것은 노동자들의 기본권이다. 파업 또한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보고서는 발간사에서 “민주노총은 내년에 포항지역에서 분규발생을 ‘기도’할 가능성이 많은”이란 표현을 쓰고 있다. 쟁의 행위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대목이다.
불법 파업은 옹호할 수 없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왜 불법행동에 나섰는지를 함께 살피는 것이 국가기관의 바람직한 자세라고 본다. 그래야 노사가 서로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평화적으로 협상을 할 여건을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응징으로 불법파업만 줄이면 된다는 발상은 잠시 평화를 가져다줄지 모르나 더 큰 갈등의 불씨를 키우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