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2.22 19:00
수정 : 2007.02.22 19:00
사설
오랫동안 의혹의 대상이던 정유사들의 기름값 짬짜미(담합) 혐의를 두고 공정거래위원회가 거액의 과징금을 물렸다. 에스케이㈜, 지에스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네 정유사가 2004년 4월1일부터 6월10일까지 두 달 열흘 동안 휘발유 등 기름값 짬짜미로 소비자들에게 2400억원의 피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정유사들의 짬짜미가 사실이라면 국민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하다. 기름값 상승으로 숱한 국민과 기업이 고통받고 있을 때 정유사들은 이익을 극대화하고자 뒷거래를 하고 있었던 셈이다. 교묘한 수법 또한 감탄할 만하다. ‘공익 모임’이란 카르텔 협의기구를 만들었고, 에스케이㈜ 고시가격을 기준으로 보이지 않게 가격을 조정했다. 공교롭게도 정유 4사는 그해 2조2천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영업이익을 거뒀다. 하지만 군소 석유 수입사들은 기존 정유사들의 벽을 넘지 못하고 시장에서 퇴출됐다.
정유사들은 유사휘발유 대책을 논의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담합이 얼마나 중대한 범죄인지 그 심각성을 아직도 모르는 것 같다. 과점 상태의 경쟁사들이 만나 가격 정보를 교환하고 공동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공정한 시장경쟁을 방해하는 일이며, 어떤 이유에서든 정당화될 수 없다.
이번 담합은 공정위가 2년여 조사를 통해 밝혀낸 것이다. 그럼에도 입을 맞춘 기간이 불과 두 달이었다는 설명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 외에는 정말 없었을까?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정유업계의 폐쇄적인 특성으로 볼 때 이런 일은 오랜 기간에 걸쳐 이뤄져 오는 게 보통이다. 특히 정유업계의 로비력과 정보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20일 에스케이㈜, 엘지화학, 대한유화 등 합성수지를 제조하는 10개 석유화학 업체들이 11년 동안 가격을 담합해 온 사실을 적발해 1천51억원의 과징금을 물렸다. 11년 사이 소비자들에게 1조5천600억원에 이르는 피해를 줬다는 내용이다. 정유사 발표 내용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짬짜미의 증거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공정위는 그 전모를 제대로 밝혀내야 한다. 검찰에 고발하는 것으로 사건을 적당히 마무리해 버린다면 정유사들한테 오히려 면죄부를 주는 결과가 된다. 잘못하면 어렵사리 짬짜미 사실을 적발해 놓고 해당 업체를 싸고돈다는 눈총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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