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2.22 19:01
수정 : 2007.02.22 19:02
사설
환경부가 전국 마을상수도 79곳을 포함한 93곳의 지하수를 조사한 결과 25곳에서 라돈과 우라늄이 세계보건기구와 미국의 먹는물 기준을 초과했다고 한다. 우라늄 농도는 미국 기준보다 최고 55배나 넘었고, 라돈은 최고 8배까지 높았다. 마을 상수도를 이용하는 농어촌 주민 넷 가운데 한 사람이 방사성 물질로 오염된 물을 10여년 마셨던 셈이니, 참으로 끔찍하다.
세계보건기구의 먹는물 관리지침에는 우라늄 같은 방사성 물질은 낮은 농도에서도 장기간 노출되면 암 발생을 증가시킨다고 나와 있다. 동물 실험에서는 유전자 변이가 늘어나는 현상도 관찰됐다고 한다. 라돈의 경우 극히 적은 양이 포함된 물이라도 마시면 위암에 걸려 숨질 확률이 있는데, 전체 위암 사망자의 0.15%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미국에선 집안 상수도 물에서 공기 중으로 빠져 나온 라돈으로 말미암은 폐암 사망도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그래서 세계보건기구는 먹는물 수원을 새로 개발할 때 처음 1년은 석 달마다 방사성 물질 검사를 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농어촌 주민들이 이런 물을 장기간 마시게 된 까닭은 국가가 방사성 물질을 관리하지 않고 방치했기 때문이다. 법적 기준에서 빠졌으니 검사할 리 만무다. 오염됐다 해도 안정성을 국가가 보증해 준 셈이니, 주민들은 마음놓고 마셨을 것이다. 세계보건기구는 이미 1961년 먹는물 관리지침을 제정할 때부터 방사성 물질을 유해물질로 포함시켰다. 그러나 우리는 반세기가 지났는데도 먹는물 기준에 넣지 않고 있다.
사람들이 방사성 물질에 노출되는 원인의 79%는 자연적인 경로를 통해서다. 화강암 암반이 많은 우리는 방사성 물질에 노출될 위험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포함시키지 않은 것은 먹는물 관리를 담당하는 정부기관의 무사안일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무사안일 속에 엉성한 기준을 적용해 온 관료들을 믿고 방사능 오염 물을 마셔 온 국민들만 불쌍하게 되었다. 앞으로 확대될 조사에서 얼마나 많은, 그리고 더 충격적인 결과가 나올지 걱정스럽다. 문제는 당국의 땜질식 처방이다. 당국은 그동안 문제가 생기면 그때마다 미봉하고 넘어가는 데 급급했다. 이제는 근본적인 예방의 원칙을 실현해야 한다. 환경운동가 출신의 환경부 장관이라면 좀 달라야 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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