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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2.23 19:13 수정 : 2007.02.23 19:35

사설

서울대는 엊그제 2008 학년도 논술 모의고사를 치렀다. 평가는 다양했지만, 대체로 무난했다는 의견이 많았다. 제시문의 절반이 교과서에서 출제됐고, 수리적 사고와 인문사회적 지식의 접목을 시도했으며, 암기된 지식보다는 지식의 조합력을 평가하려 했다는 점 등은 눈길을 끌었다. 논술 사교육의 효과를 줄이고자 애쓴 점이나, ‘오픈 북’ 실험도 평가할 만했다. 그러나 몇 가지 극복해야 할 과제를 남긴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너무 많은 논제가 제시된 것은 본고사 시비를 불러일으킬 만했다. 인문계의 경우 3~4 문항에 8~9 가지 논제가 제시돼, 모두 원고지 23~24장 분량의 답글을 요구했다. 자연계의 경우 분량에 제한은 없지만 15편의 답글을 요구했다. 사교육 효과를 배제하려는 고육책이라지만, 과중한 요구다. 사고력과 창의성을 담아내기보다는 임기응변의 재치가 돋보일 우려가 크다. 변별력을 높이려다 논술의 근본 취지를 손상시킨 셈이다. 특히 자연계 논술 문제는 적절했다는 평가보다 지나치게 어려웠다는 지적이 많았다. 게다가 하나의 정답이 존재하는 유형의 문제여서, 주관식 본고사 문제를 연상시켰다.

원컨 원치 않건 서울대의 논술 문제는 대학가에서 본보기 구실을 한다. 특히 올해 입시부터 각 대학은 논술 배점을 크게 높였다. 내신과 수학능력 시험 성적이 등급으로 제시돼 변별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논술 의존도를 높인 것이다. 게다가 내신은 반영률이 높아졌다지만 기본점수를 제외하면 실제 배점은 미미해, 논술이 당락에 끼치는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논술시험이 사실상 본고사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서울대가 원칙을 분명히 지켜야 할 이유다.

논술시험은 학생의 창의성과 사고력, 그리고 문제해결 능력 측정을 목표로 한다. 그러자면 하나의 답이 아니라 다양한 주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문제여야 한다. 기본적인 원리와 개념에 대한 이해를 평가할 수 있어야 하고, 주장의 논리적 전개능력이나 표현력도 잴 수 있어야 한다. 문제의 수준은 공교육이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사교육 효과를 배제해 공교육을 살려야 한다. 교과과정 안의 기본 지식을 반영한 문제여야 하는 것이다. 서울대가 이런 원칙에 충실한 논술 문제를 개발해, 학교 교육의 향도로서 모범적인 구실을 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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