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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2.25 18:35 수정 : 2007.02.25 19:07

사설

전군표 국세청장이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는 언론사한테 취재를 빙자한 뒷조사를 당하는 등 간접압력을 받았다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차남의 방위산업체 근무 경위 등 3~4개 사안에 대해 뒷조사를 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제법 구체적인 정황도 얘기했다. 언론사 이름을 말하지는 않았으나 사주의 상속·증여세 문제로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언론사라 하여, 어딘지 짐작할 수 있게 했다. 해당 언론사는 그런 일이 없다고 부인한다. 하지만 사실이라면 대충 넘어갈 일이 아니다.

언론의 취재·보도 행위는 어디까지나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언론이 사회적 공기로서 보호를 받고 힘을 갖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 언론이 사주를 위해 매체와 소속 기자를 동원했다면 이는 파렴치한 짓이다. 특히 그런 행위가 국가기관의 정당한 행정집행을 무력화하려는 것이라면 국민 모두 피해자가 된다. 가뜩이나 언론에 대한 신뢰가 추락한 마당에, 전체 언론에 대한 신뢰를 또한번 무너뜨린 일이기도 하다.

현직 국가기관의 장이 언론의 부당한 압력을 드러내놓고 지적한 것은 일찍이 없던 일이다. 그만큼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는 뜻으로 들린다. 전 국세청장은 <한겨레>와 벌인 인터뷰에서 “국정원·경찰·국세청 등 권력기관이 다 망했다. 정부의 공권력이 먹혀들지 않는다”고까지 말했다. 다른 국가기관까지 굳이 거론한 것은 언론사의 압력이 국세청에 국한되지 않음을 알고 있다는 얘기 같다. 규제받지 않는 언론 권력의 힘이 그 정도로 커지고, 그 힘에 바탕한 횡포가 이 지경이라면 보통 일이 아니다.

전 국세청장의 주장이 다 사실이라고 단정할 순 없다. 어떤 방식으로 무슨 압력을 받았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 아직은 정확한 내막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얼버무리고 넘어가기엔 사안이 엄중하다. 국세청장이 언론의 정당한 취재활동을 부당한 압력으로 부풀려 발표했다면 국세청과 자신의 명예를 스스로 떨어뜨린 일일 뿐아니라, 언론을 모독한 행위다. 자신의 발언에 걸맞은 책임을 져야 한다. 반대로 특정 언론사가 취재를 빌미로 세무조사를 방해하고자 부당한 압력을 넣은 게 사실이라면 국세청장과 국민 앞에 공개사죄해야 마땅하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문제를 제기한 국세청장이 먼저 구체적인 압력의 내용을 있는 그대로 밝히는 게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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