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2.26 18:50
수정 : 2007.02.26 18:50
사설
상당수 초등학생 어린이들이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받을 정도로 수은에 노출되어 있다는 국립환경과학원의 조사 결과는 놀랍다. 조사대상 초등생 소변 속 수은 평균농도는 독일 어린이의 3.6배, 일본 어린이에 견주어 2배가 넘었다. 이 가운데 8%는 독일의 수은 한계치를 넘었고, 일부 어린이는 즉각적인 조처가 필요한 수준이었다.
이번 조사 결과는 다음 이유에서 충격적이다. 첫째, 소변 속 수은농도는 수은에 장기적, 만성적인 노출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생체지표다. 따라서 이번 조사결과는 많은 어린이들이 지속적으로 수은에 노출되고 있음을 입증한다. 둘째, 어린이의 혈중 수은 총량 중에서 85.1%가 메틸수은 형태로 나타났다. 수은이 함유된 화합물은 인체에 독성을 보이지만, 그 중에서도 독성이 가장 강한 게 메틸수은이다. 미국 환경청은 발암 가능 물질로 관리한다. 셋째, 수은은 뇌와 신경계에 손상을 준다. 특히 성장기 어린이에게는 치명적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수은 노출농도가 높은 어린이들은 손떨림이 더 크게 나타나는 등 이미 신경계가 영향을 받았음이 드러났다.
그러나 보고서는 결과만 보여줬지, 정작 중요한 오염원과 경로는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어패류 섭취득 식습관이나, 주거공간의 환경적 요인 등만을 거론했다. 식습관이 비슷한 일본 어린이의 평균농도가 우리보다 절반이나 낮은 이유는 알 수 없다. 수은이 자연계의 먹이사슬을 통해 어패류에 고농도로 농축된다는 교과서적인 사실만 알려준 셈이다.
보고서는 노출경로를 정확히 밝혀 예방 정보를 국민들에게 제공해야 했다. 수은농축 정도는 어패류 서식 환경의 수은 오염도에 따라 다르다. 따라서 어떤 해역의 어떤 어패류가 얼마나 오염되어 있는지, 건강을 지키려면 어느 정도까지만 먹어야 된다든지, 어떤 종류의 공장 근처에서 수은 노출이 더 심한지 알 수 있어야 한다. 정작 필요한 정보도 이런 것이다. 막연하게 어패류 탓으로 돌리면, 어패류 전체에 대한 불신만 키울 뿐이다.
최근 미국 뉴욕주 검찰총장은 시멘트공장을 지목해, 이 공장의 수은 배출을 규제하기 위한 법규 제정을 연방 환경청에 촉구했다. 국민 각자 알아서 조심하라는 식의 우리 정부의 태도와 너무 대조적이다. 이래서야 어느 세월에 오염 배출원과 노출경로를 관리해 국민을 보호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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