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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운노조 ‘민주노조’로 거듭나야 |
항운노조 비리가 부산에 이어 인천에서도 적발됐다. 인천지검은 노조원과 구직자들을 상대로 승진과 채용 때 큰돈을 챙긴 전·현직 조직부장을 비롯한 4명을 구속기소했다. 이에 앞서 부산항운노조를 수사 중인 부산지검은 노조위원장을 체포한 데 이어 간부 8명에게 출국금지를 추가했다. 항운노조 수사는 평택과 포항 등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다.
오래 전부터 간헐적으로 불거졌던 비리의 진상이 늦게나마 밝혀지고 있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1947년 대한노총(현 한국노총) 부산부두노조로 시작한 항운노조는 조합에 가입해야 항구에서 일할 수 있는 ‘클로즈드숍’을 바탕으로 50년 넘게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항만은 ‘사용자’가 고정되어 있지 않기에 노조의 힘이 클 수밖에 없는 독특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노조 집행부가 아래로부터 민주적 통제를 받아야 했는데, 항운노조는 위원장도 간선으로 뽑았다. 결국 반세기 넘게 쌓인 비리가 검찰 수사로 드러나는 타율적 상황을 맞게 되었다. 항운노조 내부에서 젊은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민주노조를 만들자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비리가 폭로되었을 때도 이를 끝까지 부인했던 항운노조의 조직체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때다. 노조위원장 선출을 직선제로 바꾸는 것도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항운노조 비리를 계기로 열린우리당은 항만의 노무 공급권을 정부에 귀속할 것을 추진하고 있다. 노조가 노무 공급권을 투명하게 행사하지 못하고 ‘개인 영리’로 이용했기에 반대할 명분이 약한 게 사실이다. 다만, 노무 공급권의 정부 귀속 못지않게, 노조와 시민단체에 의한 노무 공급권의 투명한 운용 방법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구조적 수술에 나선 참에, 항만 사용자와 노동자 모두 ‘개선’을 실감할 수 있는 최선의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항운노조가 민주노조로 거듭나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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