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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2.27 19:04 수정 : 2007.02.27 19:04

사설

지난해 특별귀화한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생계를 이어가기 힘들 정도로 밑바닥 생활을 전전하고 있다고 한다. 법무부 심사를 통해 귀화한 후손들을 입증자료 부족이란 이유로 대책 없이 방치하고 있다니 일제에 맞서 싸운 독립투사들이 지하에서 통곡할 일이다.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아들딸, 손자·손녀 가운데 제대로 교육받은 사람이 거의 없다. 어린 나이에 생계를 책임지면서 온갖 궂은 일을 해야 했고, 그 덕분에 제대로 된 직장 한번 잡아보지 못하고 가난을 대물림해 왔다. 후손들은 2대를 거쳐 3~4대로 이어지고 있지만 지금도 건물 경비원, 소규모 매점 운영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극빈층이 대부분이다. 정부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나마 전체 유족 7만여명 가운데 6천여명만 혜택을 보고 있다.

이런 판에 중국 등에서 귀화한 후손들이 대접받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른다. 국가보훈처가 유족 여부를 제대로 심사하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입증자료를 후손들이 알아서 내라는 식의 태도는 곤란하다. 하루하루 생계도 이어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그것도 아는 이 한 사람 없는 조국땅에서 어떻게 입증자료를 제대로 준비하겠는가? 게다가 한번 심의로 끝낼 수 있는 일을 세 차례나 반복하게 한다면 이는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

알려지지 않은 독립유공자들과 그 후손을 찾아내고 지원하는 일은 유족이 아니라 보훈처가 해야 할 일이다. 책상에 앉아서 심사나 하고 있으면 보훈처의 소임을 다하는 것인가? 그것은 독립유공자와 그 후손들을 모욕하는 일이다. 미국 정부가 국외에서 전사한 미군 장병의 유해를 찾고자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지는 들먹일 필요도 없다.

독립유공자들은 나라의 기틀을 세운 사람들이다. 이로 말미암아 가장 고통받은 사람들이 유족들이다. 정부가 이들에게 지출하는 예산은 연간 520여억원에 불과하다. 밖에 내놓기 창피한 액수다.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부의 태도다. 이름없이 사라져간 독립투사들에 대한 자료는 갈수록 찾기 어려워진다. 군사정권이 무서워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 사실을 감추고 있다가 1990년대 들어 유공자 신청을 낸 사람들도 많다. 그 유족들은 거의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했다. 앉아서 심사하려 하지 말고 정부가 직접 찾아나서야 한다. 그것이 보훈처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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