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3.02 19:01
수정 : 2007.03.02 19:01
사설
아프가니스탄 바그람의 미국 공군기지에서 윤장호 병장이 지난달 27일 폭탄테러로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육군이 그를 1계급 특진시키고 훈장을 추서한 것은 나라를 위해 일하다 희생된 그의 죽음을 기리려는 것이다. 테러 사건이 난 지 이틀 뒤 맞은 이번 삼일절은 그래서 그를 추모하고, 유족을 위로하는 날이 되어야 마땅했다. 그런데 그날 우리 군의 일부 고위 장성들은 태평하게 골프를 즐겼다.
삼일절에 서울 노원구 태릉 골프장과 송파구 남성대 골프장 두 곳에서만 장성 6명과 장교 100여명이 골프를 즐겼다고 보도됐다 . 장성들은 휴일 골프에 운전병 동원을 금지한 규정도 어겼다. 고향 선배들과 골프를 쳤다는 한 장성의 설명대로라면 이날 골프 모임이 피치 못할 군의 행사였던 것 같지도 않다. 두 곳만 살펴본 것이니 다른 골프장까지 합치면 더 많은 군 간부들이 골프를 즐겼을 수도 있다.
군 지휘부가 이번 삼일절에는 골프 모임을 자제하라고 지시까지 한 상태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건 놀랍다. 합동참모본부와 육·해·공군본부, 해병대사령부는 이미 지난달 28일 윤 하사의 영결식이 끝나는 날까지를 고인 추모기간으로 정해 골프를 자제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상명하복이 철저한 군에서, 일부 장성들이 지휘부의 지시를 무시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들이 윤 하사의 죽음을 그렇게 가볍게 생각했다면 지휘자의 자격이 있는 것인지도 의심스럽다.
골프가 많이 대중화했다고는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골프는 아무 때나 즐기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다. 특히 공직을 맡은 사람이라면, 추모 뜻을 담은 국경일이나 나라에 큰 걱정거리가 있을 때 한가하게 골프를 즐겨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공감이 꽤 오래 전부터 자리잡았다. 이해찬 전 총리는 지난해 삼일절에 골프를 즐기다 여론의 지탄을 받고 결국 물러났다. 8월에는 수해로 많은 국민이 마음을 졸이는 가운데 열린우리당 의원 네 사람이 국외 골프여행을 다녀와 비난을 한몸에 받기도 했다.
베트남 전쟁 이후 우리 군 장병이 국외에서 공격을 받아 숨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외 파병 중인 군인과 그 가족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군 파병을 둘러싼 논란도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나몰라라 하고 골프를 즐긴 장성들에게 지휘부는 단호한 조처를 취해야 한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