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3.02 19:02
수정 : 2007.03.02 19:02
사설
어제 끝난 제20차 남북 장관급 회담은 ‘2·13 합의’ 이후 남북 관계가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할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줬다. 회담 분위기는 좋은 편이었고 공동보도문도 비교적 구체적이었으나 ‘성년 회담’에 걸맞은 미래지향적 내용은 부족했다.
가장 기본이 되는 인도적 사안인 이산가족 상봉 재개는 당연하다. 특히 이산가족들의 일상적 만남이 가능하도록 금강산 면회소 건설 공사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공동보도문에 명시되지는 않았으나 대북 쌀·비료 지원 재개도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일정한 분량을 정해놓고 무조건 지원하는 방식보다는 북한 쪽의 긴박성을 감안한 긴급 지원과 재생산 기반 확충을 돕는 자활 지원에 치중하는 것이 낫다. 남쪽의 지원은 국제사회의 움직임에도 큰 영향을 주므로, 본격적인 춘궁기가 시작되기 전에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경협 부문에선 지난해 장관급 회담과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추위)에서 합의했으나 실천되지 못한 과제들을 다시 꺼내는 데 그쳤다. 가장 중요한 내용은 올 상반기 안에 행하기로 한 경의선·동해선 열차 시험운행이다. 군사적 보장조처 미비 등을 이유로 시험운행이 늦춰지거나 보류되는 일이 더는 있어선 안 된다. 경공업·지하자원 개발 협력은 보도문에서 빠졌다. 다음달 18일부터 열릴 경추위에서 이를 포함한 다양한 경협 사업을 집중 논의해야 할 것이다.
경협과 함께 이번 회담의 주된 과제였던 군사·평화체제 부문에선 아무런 구체적 합의를 하지 못해 유감스럽다. 남쪽이 대북 지원을 북쪽의 2·13 합의 이행과 사실상 연계했듯이, 북쪽도 쌀·비료 지원을 군사회담과 연계한 듯하다. 양쪽의 태도는 모두 바람직하지 못하다. 북한은 이번 회담에서도 ‘민족 단합 실현에 장애가 되는 법적·제도적 장치 철폐’를 거론했으나 예전보다 강경하진 않았다. 그만큼 현실적 모습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남북 관계 진전은 한반도 경제공동체 형성과 평화구조 구축으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통일을 촉진하는 일을 한다. 이제까진 핵 문제를 둘러싼 대립이 걸림돌로 작용했으나 이제 남북 관계와 핵 문제 해결이 선순환 구조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경협 폭 확충과 고위 군사·정치 접촉이 필수적이다. 이번 회담은 거기까지 이르지 못했다. 다음 회담 및 그때까지의 실천이 더 중요해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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