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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3.04 18:24 수정 : 2007.03.04 19:00

사설

진보적 여성운동을 이끌어온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어제 창립 20돌과 3·8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행사를 열어 새로운 변화를 다짐했다. 이 단체의 발자취는 한국 여성운동의 역사나 다름없다. 독재 타도 투쟁이 막 본격화하던 1987년 2월18일 여성연합의 창립은 서서히 움트는 여성운동이 힘을 모아 질적 변화를 시도하는 계기였다. 그로부터 20년 만에 우리 사회는 많은 면에서 변화를 겪었다. 호주제 폐지, 성폭력법 제정, 가족법 개정 따위가 이런 변화를 상징한다. 그리고 이는 여성연합이 주도한 운동의 빛나는 성과다. 이 단체가 민주화 투쟁에 기여한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요즘 여성연합이 더는 여성운동 전체를 대변하기 어렵다는 지적들도 나온다. 이는, 여성운동이 하나의 범주로 묶기 어려울 만큼 다양해졌다는 얘기이자 운동의 문제의식이 그만큼 넓고 깊어졌다는 얘기다. 그리고 이런 다양성의 발현 또한 여성연합의 활동을 밑거름으로 한 것임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역설적으로 여성연합의 비중이 줄어드는 것 또한 이 단체의 성과인 셈이다.

그러나 여성연합이 또 하나의 권력으로 자리잡은 게 아니냐는 일부의 의혹은 좀더 심각하게 보는 게 필요하다. 이런 지적이 나오는 건, 수많은 이 단체 인사들이 정치권에 뛰어들었고 한명숙 4대 공동대표는 국무총리에 오를 만큼 여성운동가들의 위상이 변화한 것과 무관하지 않을 터이다.

물론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선진국에 비해 아직 크게 떨어지는 걸 생각할 때 ‘여성단체의 권력화’라는 비판은 터무니없다. 그렇지만 여성연합 간부가 되는 게 정치권 진출의 발판처럼 인식되고 있는 현실을 냉철히 되돌아보지 않고는 질적 도약을 기대하기 어렵다. 여성운동이 여성 권리 신장과 여성의 영향력 확대에만 만족하지 않고 평화와 생명을 중시하는 대안적 세계관의 제시를 목표로 하는 것이라면, 우리 여성운동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여성연합이 이제 다양한 풀뿌리 운동과 대안적 생활 운동으로 중심을 옮겨가기로 한 것은 중요한 진전이다. 그동안의 활동이 법·제도 개선에 집중되어 있었다면 이제는 실제 삶의 구체적 변화로 이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여성연합이 대안적 세계관을 현실에 구현하는 새로운 운동을 주도함으로써 또 한번 여성운동의 도약을 이끌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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