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3.04 18:24
수정 : 2007.03.04 19:01
사설
2·13 합의 이행을 위한 후속 논의들이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한 실무회담이 5일(한국시각 6일 새벽) 미국 뉴욕에서 시작되고 7일 베트남 하노이에선 북-일 관계 정상화를 위한 실무회담이 시작된다. 두 회담 모두 산적한 문제들로 가야 할 길이 멀기만 하다. 그러므로 회담이 진전을 이루려면 회담 당사자들의 성의있는 태도가 절실히 요청된다. 3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만난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북한이 합의 1단계 조처 이행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역시 고농축 우라늄 문제 등에서 변화한 모습을 보이는 등 회담 진전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
반면 최근 일본의 행보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아베 신조 총리가 지난 1일 하라구치 고이치 북-일 국교정상화 교섭담당 대사에게 납치문제에서 진전이 없으면 대북 에너지 지원에 참가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회담에 임하라고 지시한 데 이어 아소 다로 외상도 3일 그 문제에 진전이 없으면 일본은 에너지 지원에 단 1엔도 내놓을 수 없다고 못박았다. 물론 일본의 이런 태도는 회담 상대로부터 더 많은 것을 얻어내려는 전략의 일환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아베 총리가 납치자 문제에 대한 강경론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힘을 키워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발언들이 단순히 협상용으로만 읽히지 않는다. 다음달 통일지방선거를 앞두고 추락해온 현 정권에 대한 지지율을 회복하고자 다시 납치문제를 전면에 부각시켜 우파의 지지를 결집시키려는 것으로 여겨진다. 최근 “군대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없다”고 한 아베 총리의 발언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듯하다.
이런 모습을 보면 과연 일본이 6자 회담의 당사국이 될 정도로 동북아시아의 책임있는 일원인지 의문이 든다. 동북아 평화의 근간인 한반도 평화 정착이라는 국제적 대의를 국내 정치의 필요에 따라 헌신짝 취급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미국 의회에서조차 일본의 책임을 인정하는 결의안이 상정돼 있는 군대위안부 문제에 대해선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면서 일본인 납치문제에 대해서만은 정의를 구해야 한다고 외친다면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일본이 정녕 동북아의 주요 국가로서 대접받고 싶다면 그에 걸맞게 처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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