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3.05 19:20
수정 : 2007.03.05 19:20
사설
집단적으로 설사병 환자가 발생하면 보건당국은 즉각 집단감염을 일으킨 병원체가 무엇인지 확인한다. 또 감염경로를 밝혀 집단감염을 차단하려 할 것이다. 관리책임이 다른 부처에 있는 영역이 나타나면 해당 부처의 협조를 받아 사실을 규명하고, 유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게 철저한 관리를 당부한다. 협조요청을 받은 부처는 마땅히 집단감염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각별히 대응할 것이다. 국민이 기대하는 상식 수준의 국민건강 행정의 절차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 행정은 이런 상식을 지키지 않는다.
노로바이러스는 지난해 수도권에서 학생들이 2천명이나 집단으로 감염된 씨제이(CJ) 급식사고를 계기로 국가가 관리하는 전염병 병원체로 지정됐다. 사고 당시 원인 병원체는 밝혀냈지만 감염경로는 규명되지 않았다. 집단 식중독 사고가 발생해도 감염경로의 복잡성 때문에 모두 밝혀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렇지만 확인된 경로만이라도 철저하게 관리하는 게 마땅하다.
국내에서 노로바이러스 집단 감염경로가 명백히 규명된 사례는 지하수다. 2004년 제주도, 2006년 전북에서 환자와 지하수에서 동일한 노로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질병관리본부는 지하수 오염으로 말미암은 사고로 결론지었다. 이에 따라 먹는물 관할 부처인 환경부에 의뢰해 지하수 검사를 했다. 환경부로서는 이미 3년 전 268명의 환자가 지하수 오염으로 발생했음을 확인했던 셈이다. 환경부가 국민건강을 걱정했다면, 노로바이러스 대책을 충분히 강구했을 시간이다. 그러나 환경부는 무시했다. 아니 고의적으로 회피한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지난해 8월 식약청은 집단식중독 관리대책으로 먹는물 관리법상 수질기준에 노로바이러스 검사항목을 신설하도록 건의했다. 지하수 관련 조사를 한 검찰도 같은 제안을 했다. 또 국무총리는 12월 식품 안전대책의 하나로 지하수의 노로바이러스 오염 여부를 전국적으로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지금 지하수를 조사하고 있다. 그러나 노로바이러스 검사는 제외했다고 한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보건당국과 검찰이 요청하고, 총리까지 지시한 확인조사마저 환경부는 무시하는 셈이다. 게다가 환경부는 지하수를 통한 집단감염 사실을 직접 확인했던 터였다. 환경부는 왜 노로바이러스를 방치해 국민건강을 위협는가? 그 이유가 알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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