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3.05 19:21
수정 : 2007.03.05 19:21
사설
6자 회담 북-미 실무그룹 회의에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조시 부시 행정부의 환대를 받는 모습은 동북아 새판 짜기가 본격화했음을 실감케 한다. 올봄은 새판의 설계도를 그리는 중요한 시기다. 이번주와 다음주 다섯 분야 실무그룹 회의가 끝나면 그 다음주엔 6자 회담이 열린다. 초기단계 이행조처 시한인 다음달 14일 직후엔 6자 외무장관 회담이 개최될 예정이다. 5월부터는 남북과 미국·중국 대표가 모여 한반도 평화체제 협의에 들어간다. 바야흐로 한국전쟁 이후 최대 질서 재편이 시작됐다.
그 밑바닥에는 북-미 화해가 있다. 아직 출발 단계지만, 양쪽 모두 지난 몇 해 동안 여러 강경 카드를 써 보고 태도를 바꾼 터라 화해의 큰흐름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내일까지 계속되는 실무그룹 회의는 그 시금석이다. 미국은 테러지원국 및 적성국 교역법 문제에서 전향적 조처를 취함으로써 관계 정상화로 가는 첫걸음을 떼야 할 것이다. 미국의 이런 모습을 보고도 북한이 핵 폐기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6자 회담 참가국들의 대북 지원 약속 또한 차질이 있어선 안 된다. 그래야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새판 짜기의 목표는 각국의 안보 우려를 해소하고 평화롭게 함께 번영할 새 질서를 꾸리는 일이다. 곧 북한의 핵 폐기와 북-미 및 북-일 관계 정상화, 한반도·동북아 평화체제 만들기는 동전의 양면이다. 한국은 이 과정의 중심이 돼야 한다. 작은 문제에 매달리지 말고 거시적으로 접근하되, 다른 나라도 그렇게 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긴밀한 한-미 공조와 중국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경협과 인도적 사안 위주의 남북 관계를 군사·정치 분야까지 포함해 확장하는 일도 중요하다. 일본에는 새판 짜기에 성실하게 동참하도록 지속적인 설득이 필요하다.
북한은 이번 기회가 사실상 마지막임을 명심하길 바란다. 핵을 가진 북한과 공존하려는 나라는 없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그제 평양 주재 중국대사관 방문은 북한이 6자 회담과 중국식 개방·개혁에 큰 기대를 걸고 있음을 보여준다. 올바른 선택이다. 나아가 북한은 자신한테 가장 중요한 나라가 미국도 중국도 아닌 한국임을 알아야 한다. 새 질서의 한가운데엔 한반도가 있으며, 새판 짜기의 한가운데에도 한반도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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