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3.06 18:41
수정 : 2007.03.06 18:53
사설
우리금융지주와 하이닉스반도체 최고경영자 자리가 결국 경제 관료들 차지로 돌아갔다. 우리금융지주는 7일, 하이닉스는 8일 이사회를 열어 박병원 전 재정경제부 차관과 김종갑 전 산업자원부 차관을 각각 새 대표이사 후보로 선임하기로 했다.
예상했던 결과지만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지금이 어떤 때인데 퇴직 관료들이 줄줄이 민간기업 최고경영자 자리를 차고앉는다는 말인가. 경제 관료들이 산하 기관·단체, 공기업의 요직을 차지하는 낙하산 인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나마 외환위기 이후 은행과 공기업들에 민간 전문가 영입 바람이 불면서 적잖은 변화가 있었다. 이번 우리금융지주와 하이닉스 사례는 그런 변화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됐다. 비록 공적자금이 투입됐지만 공기업이 아닌 민간기업 최고경영자 자리를 경제관료들이 점령군처럼 차고앉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공직자윤리법은 공직자들이 재직 당시 직무와 연관이 있는 민간 기업에 취업하는 것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박병원 차관은 재직 당시 금융정책을 총괄했고, 김종갑 차관은 하이닉스 공장 증설 문제에 관여했다. 그러나 공직자윤리위원회는 법 제34조 ‘공공의 이익에 필요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예외적으로 취업을 승인했다. 누가 보더라도 이해하기 어려운 자의적인 해석이다.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등을 추진하면서 개방만이 살 길이라고 외친다. 그래야 국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뒤에서는 민간 전문가가 가야 할 자리에 퇴직 관료들을 앉히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수십년 현장 경험을 통해 최고경영자에 오른 사람도 실적 부진으로 1~2년 만에 그만두는 게 현실이다. 차관을 지냈다고 당연히 그 자리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개개인의 능력을 깎아내리고자 하는 얘기가 아니다. 퇴직 관료라고 집에 들어앉아야 한다는 법도 없다. 중요한 것은 낙하산 인사로 말미암은 폐해가 크고 그런 식으로 해서 기업과 나라 경제가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이다. 국방부 관료를 오래 했다고 총탄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야전사령관 노릇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현상유지는 할 수 있겠지만 훌륭한 사령관이 될 수는 없다. 경제 현장도 마찬가지다. 한국경제 앞날을 생각해 단호한 의지로 잘못된 관행의 뿌리를 끊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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