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택순 경찰청장이 ‘경찰 비리가 많은 것처럼 보이는 것은 사소한 실수를 대서특필하는 언론 때문’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또 음주운전 경찰관을 너무 가혹하게 처벌하면 뺑소니 등 부작용이 많아지니까 과잉처벌을 삼가라고 지시했다고 한다.과연 경찰청장이 할 얘기인지 의심스럽다. 그것도 청렴도 향상 혁신전략 워크숍에서 그런 말을 했다니 이해하기 어렵다. 경찰관에게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왜 경찰 비리에 대해서만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가’라는 의식을 갖고 있다면 곤란하다. 교사가 비교육적인 행동을 했을 때 지탄받아 마땅한 것과 마찬가지로, 법과 질서를 지켜야 할 경찰이 비리에 개입됐다면 단호하게 처벌해야 한다. 경찰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 치안과 질서 유지, 사소한 분쟁 해결에 이르기까지 국민 생활 하나 하나에 개입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15만명으로 이뤄진 거대한 경찰 조직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이다. 이들이 엄격한 도덕적 기준에 따라 움직이지 않을 때 경찰은 물론 사회 전반에 각종 비리와 불법이 판치게 될 것은 불을 보듯 훤하다.
이 청장이 비리 경찰관을 두둔하자는 뜻으로 말한 것은 아닐 터이다. 하지만 경찰의 비리가 과대포장되는 것이 언론 탓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경찰청장으로서의 자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일련의 사태만 보더라도 그렇다. 경찰관이 도박장을 운영하고, 성폭행 피해자를 추행하는 일까지 있었다. 경찰관의 비리는 어쩌면 보도되는 것보다 훨씬 많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경찰 총수가 언론 때문에 과대포장되고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면 기강이 바로 설 수 없다. 경찰 비리도 사라지기 어려울 것이다.
이택순 청장은 노무현 대통령 사돈의 음주운전 사고 당시 경남지방경찰청장으로 재직하면서 사건 무마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사람이다. 지난해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반대하는 시위를 불허하면서 “까마귀들이 몰려들어 불법 폭력사태 등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해 물의를 일으켰다. 누구보다 언행을 조심해야 할 처지다. 경찰은 법과 질서 유지를 위탁받은 주된 공공기관이다. 긍지와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다만 그런 긍지와 자부심은 엄격한 도덕성과 청렴성에서 나온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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