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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3.09 18:08 수정 : 2007.03.09 19:36

사설

노무현 대통령이 새 국무총리로 한덕수 전 경제부총리를 지명했다. 우선은 실무형 총리 체제의 행정부가 참여정부 국정을 잘 마무리하길 바란다. 새로운 일을 벌이기엔 시간이 없고 추동력도 떨어진 만큼 경제와 민생 안정에 주로 힘쓰는 게 바람직할 터이다.

겉으로만 보면 무난한 총리 지명이다. 정치색이 없어 색깔 공방에 시달릴 염려가 없고, 청와대와 경제부처, 총리실 요직을 두루 거쳐 경력면에서도 손색이 없다. 그러나 좀더 깊이 들어가, 그가 무슨 일에 역점을 둘지 점쳐보면 예사롭지 않다. 한 총리 지명자는 관료 중에서도 대표적인 시장주의자이자 자유무역론자로 꼽힌다. 한-미 에프티에이 체결 지원위원장이란 직전 직책도 그런 성향 탓에 맡은 자리다.

때마침 서울에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8차 협상이 열리고 있다. 그동안 우리 쪽은 별로 얻어낸 것 없이 거의 일방적으로 밀려 왔다. 반대론도 거세지고 있다. 그제는 각계 원로 10명과 양대 노총 위원장 등이 ‘한-미 에프티에이 졸속협상 중단 촉구 비상시국회의’를 열었다. 선언문에는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주요 인물과 국회의원 등 870명이 서명했다. 이쯤 되면 정부도 이들의 걱정을 엄중히 들어야 할텐데 요지부동이다. 오히려 대통령에서 총리, 경제부총리에 이르기까지 한-미 에프티에이 ‘올인’ 체제를 더욱 강고히 구축했다.

더욱 염려되는 건, 한-미 에프티에이를 보는 한 총리 지명자의 시각이 너무 치우쳐 있다는 점이다. “전국을 돌며 각계 각층에 한-미 에프티에 협상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괴담’ 수준의 근거없는 소문 때문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한 그의 말이 인식 수준을 말해준다. 명망있는 인사들의 걱정도 한낱 괴담에 미혹된 때문으로 보는지 물어볼 일이다. 그는 2000년 한-중 마늘협상에서도 농민들을 울렸던 경력이 있다. 한 진보적 경제학자는 농민들은 이제 절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협정 졸속 추진을 우려하는 소리가 더 높어졌다. ‘민생 총리’가 아니라 ‘에프티에 총리’ 입성이란 비아냥 역시 무리가 아니다. 정책에는 견제와 균형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관한 한 이제 정부 안에선 제동장치 없는 전진만 있을 뿐, 견제도 균형도 기대할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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