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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3.11 20:26 수정 : 2007.03.11 20:26

사설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과거사위)는 국정원(옛 중앙정보부)이 깊숙이 개입한 지난날의 잘못을 청산하고자 ‘7대 우선조사 대상’을 정해 2년여 전부터 조사해 왔다. 과거사위는 이 가운데 부일장학회 헌납, 민청학련·인혁당, 동백림 간첩단 등 6가지에 대해 지난해 8월까지 조사 또는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으나 김대중 전 대통령 납치 사건과 관련해서는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이 얼마 전 일본 <교도통신>과의 회견에서 분노를 터뜨린 것도 우연이 아니다.

일본 정부의 문제 제기와 한국 정부의 우유부단한 태도가 발표 지연의 주된 이유라면 보통 일이 아니다. 부끄러운 국가 범죄의 진상을 덮어두려고 두 정부가 야합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1973년 8월 당시 야당 지도자였던 김 전 대통령은 일본 도쿄 그랜드 팔레스 호텔에서 중앙정보부 공작팀에 납치돼 생명의 위협까지 받았다가 닷새 만에 서울 자택 부근에서 풀려났다. 그러나 두 나라 정부는 진상규명에 나서기는커녕 김종필 국무총리와 다나카 가쿠에이 일본 총리가 석 달 뒤인 11월 회담을 열고 이 사건 종결에 합의한 것으로 돼 있다.

완전한 진상을 밝혀내지 못해 발표가 늦어지고 있다는 추측도 없지 않다. 특히 납치의 궁극 목표가 김 전 대통령의 살해였는지,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직접 납치를 지시했는지 등은 극소수 관련자들이 입을 열지 않는 한 확인이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 역시 발표를 미룰 이유는 되지 못한다. 지금까지 알아낸 사실을 중간조사 결과로 발표하고 조사를 계속하는 것이 과거사위 활동 취지에 맞고 최종 진실 규명에도 낫다. 과거사위는 이미 접촉 가능한 대상을 상대로 조사를 마치고 지난해 여름부터 발표 여부를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장 직속 민관합동기구인 과거사위의 조사에 국정원 쪽이 충분히 협력했다면 진상에 접근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

정부는 30여년 전 독재정권과 일본이 한 부도덕한 약속 등에 얽매여 민주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주저해선 안 된다. 국정원 역시 이 사건 조사 결과 발표가 늦어짐으로써 다시 자신에게 국민들의 의혹이 쏠리는 일이 없도록 하길 바란다. 만에 하나 과거사위가 이런저런 눈치를 보느라 진상을 적당히 얼버무려 발표하는 일이 있어서도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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