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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3.11 20:26 수정 : 2007.03.11 20:26

사설

주말 서울 도심권 곳곳이 게릴라식 시위로 심한 교통난을 겪었다. 서울 종로 보신각 네거리에서는 각목 등 아무런 무기도 지니지 않고 인도에 있는 시위대한테까지 방패와 몽둥이를 휘둘렀고, 취재기자들한테도 경찰의 무더기 폭행이 가해졌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가 열려던 집회를 경찰이 원천 금지한 결과 빚어진 게 이런 모습이다. 이것이 과연 경찰이 원한 건가.

경찰은 지난해 11월29일 이후 범국본이 주최하는 집회는 대부분 금지하고 있다. 집회의 자유는 언론·출판·결사의 자유와 함께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이자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뿌리다. 그럼에도 경찰은 ‘지난해 11월의 범국본 폭력 시위 전력과 교통 불편’을 빌미로 기본권을 침해하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 범국본이 평화집회를 누차 약속했음에도 아랑곳않는다. 한-미 에프티에이 반대 집회는 무조건 차단하겠다는 생각이 아니고서야 이해할 수 없는 처사다.

물리적 힘으로는 집회를 막을 수도 없거니와, 더 큰 불편과 더 큰 폭력을 불러온다. 집회를 억지로 막으니 게릴라식 시위가 벌어지고, 시위 질서도 지켜질 수 없다. 기자들한테까지 자행된 무더기 폭행은 군사정권 아래서도 쉬 볼 수 없던 일이다. 언론사 7곳의 취재·사진기자 8명이 방패와 곤봉으로 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경찰은 시위대와 잘 구분되지 않은 탓으로 보인다고 변명하나, 무거운 카메라를 메고 취재하는 기자까지도 오인했다는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시위대는 폭행해도 된다는 말인가. 강경 진압 등 뭔가 지침을 내린 결과가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든다. 경찰은 불법 시위라고 하는데, 집회 금지로 모두 불법 시위자로 만들어놓고 그렇게 말하는 건 낯두껍다.

범국본의 집회는 나라 앞날에 큰 영향을 끼칠 한-미 자유무역협정 중단을 호소하려는 모임이다. 정부가 이들의 입을 막은 채 협정을 체결한다고 반발이 잠재워질 리 없다. 갈등만 키울 뿐이다. 도심 한 곳에서만 불편을 겪으면 될 일을 도심권 전체 불편으로 이어지게 만들었으니 경찰이 내세우는 명분도 이루지 못한 셈이다.

경찰은 취재기자 부상에 유감을 표명했으나 그렇게 얼버무릴 일이 아니다. 집회 금지 철회는 당연하고, 책임자를 엄중히 문책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참여정부는 민주주의를 말할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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