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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실질 해법’ 모색의 계기되길 |
취임 뒤 처음으로 서울을 찾은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노무현 대통령을 예방한 것을 비롯해 국가안보회의 상임위원장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만나고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 회담을 여는 등 바쁜 일정을 보낸 뒤 중국으로 떠났다. 그는 빡빡한 시간을 틈내 인터넷 매체 기자들과 토론을 하는 등 한국 내 정서를 감안하는 듯한 제스처도 보였다.
일본과 한국, 중국으로 이어지는 라이스 장관의 동아시아 순방은 부시 2기 행정부가 교착 상태에 빠진 북한 핵 문제를 풀겠다는 의지를 얼마나 갖고 있는지를 가늠하는 기회로 여겨졌다. 북한이 그의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 취소를 요구하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어 그의 언행이 주목된 터였다. 라이스 장관은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재차 확인하고 북한이 주권국임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의 ‘주권국’ 언급은 북한 요구대로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을 취소할 수는 없으나, 6자 회담 재개를 위한 나름의 분위기 조성용 외교적 수사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리는 북핵 문제를 풀려면 북한이 6자 회담에 나와야 하며, 북한이 회담장에 나올 수 있는 여건을 미국이 만들어야 한다고 거듭 촉구해 왔다. 미국이 말로만이 아니라 실질적 진전이 이뤄질 것이란 확실한 믿음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라이스 국무장관의 발언은 미흡하고 원론적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6자 회담 틀 안에서 북-미 양자 회담을 해 북한의 관심사항을 논의할 수 있고, 북한에 다국간 안전보장을 제공할 수 있다는 뜻을 재차 밝혔으나 진전된 내용을 담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북한에 특사를 파견하는 등 6자 회담 중재에 적극적인 중국에서의 라이스 장관 언행을 계속 주시할 터이다. 모쪼록 라이스 장관의 이번 순방이 북핵 문제를 현장에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실질적 해법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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