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3.13 19:00
수정 : 2007.03.13 19:00
사설
고려대 연세대 서강대 등 주요 대학들이 2008학년도 입학전형을 발표했다. 공통점은 대학 수학능력 시험(수능) 성적을 더 중시하기로 하겠다는 것이었다. 고·연대는 수능성적만으로 정시모집 정원의 50%를, 서강대는 정시 정원의 30%를 수능성적만으로 선발하겠다고 밝혔다. 수시모집에서도 수능성적 우수자 우선선발 제도를 도입했다.
수능 성적 중시가 학교 현장에 끼치는 영향은 자명하다. 학교 교육은 입시 위주로 흐를 수밖에 없다. 학생들의 사교육 의존도는 커지고, 공교육은 황폐해진다. 교육부가 그동안 각 대학에 학교생활기록부를 중시할 것을 부단히 요청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무리하다는 비난까지 들어가며 ‘내신 반영률 50%’라는 기준도 제시하고, 올해부터는 수능 성적을 9등급으로만 제공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러나 대학들은 간단히 무시했다. 등급으로 제공되는 수능성적마저 다시 점수로 환산해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일부 대학은 학생부를 전면 반영하는 교과성적 우수자 혹은 학교생활 우수자 전형을 신설했다. 그러나 규모는 생색내기 수준이다. 정시모집 정원의 50%는 학생부 50%, 수능 40%, 논술 10%를 반영해 선발하겠다고 했지만, 내신의 기본점수를 높여 실질 반영률을 낮추겠다고 대학 당국자들이 공언하는 실정이다. 대학이 학교 교육 정상화의 지원자가 아니라, 걸림돌이다.
게다가 대학들은 외국어고 출신을 우대할 뜻을 직간접으로 분명히했다. 지금까지도 특기자 전형 확대나, 비교내신제를 통해 특목고생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준다는 비판을 받았던 터였다. 교육부는 그동안 그 폐해를 막고자 동일계 진학생에게 가산점을 주는 동일계 특별전형 확대 도입을 재촉했다. 그러나 주요 대학들은 이 역시 무시했다. 오히려 글로벌 인재 전형 등 외고 출신들에게 유리한 특별전형을 신설했다. 모집단위엔 어문계열이 아니라 법대나 상경대도 포함돼 있다. 외고 우대는 중학 교과과정마저 입시교육으로 더욱 왜곡시킬 게 분명하다.
학교 교육을 살리는 열쇠는 대학이 쥐고 있다. 신입생 선발에서 고교 생활의 과정과 결과를 중시할 때 학교 교육은 정상화된다. 그래야 사교육, 교육의 기회균등 문제, 나아가 조기유학 폐해까지도 해소할 계기가 마련된다. 대학이 시대적 과제와 사회적 역할에 눈뜨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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