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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3.14 17:49 수정 : 2007.03.14 19:06

사설

서울시가 공직자들의 무사안일한 태도를 추방한다며 일반 행정직의 3%를 퇴출 대상 후보군에 올리는 혁신적인 인사 시스템을 도입했다. 처음부터 전입·전출자 수를 맞춰놓고 한꺼번에 인사하는 것이 아니라 전출자들로 인력풀을 만든 뒤 부서장들이 필요한 사람을 골라 가는 방식이다. ‘팔리지’ 않은 공무원들은 ‘현장시정추진단’에 편입돼 퇴출 대상으로 분류된다.

몇몇 철밥통 공무원들을 퇴출시킬 수 있는 제도적 틀을 갖췄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대상자 3%를 선별하는 과정에서 갖은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다고 한다. 바로 퇴출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잠재적인 퇴출 대상자로 분류해 어차피 직원의 3%를 도려내는 절차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몇몇 부서는 직원 자체 투표를 통해 대상자를 뽑았다고 한다. 심지어 제비뽑기를 한 곳도 있다.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이런 방식은 곤란하다.

물론 서울시도 투표나 제비뽑기를 하지 말라고 강력하게 주문했다. 하지만 분명한 선별 기준을 제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3%의 퇴출 대상자를 추려내라는 요구는 무책임해 보인다. 스스로 인기투표나 제비뽑기의 원인을 제공한 셈이다. 퇴출 제도는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무사안일하거나 무능한 공무원을 제대로 선별해낼 때 그 본뜻을 살릴 수 있다. 그러지 않고 3%를 강제로 할당하는 방식에선 개인적 인기, 친소관계, 온정주의 등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이 감원을 할 때 맞벌이 부부거나 전입한 지 얼마 안 됐다는 이유로, 또는 부양가족이 없다는 이유로 부당한 피해를 본 사람들이 무수히 많다. 그런 식으로 선의의 피해자들이 나와서는 안 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단 한사람의 부당함도 억울함도 없도록 모든 조처를 다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려면 먼저 분명한 선별 원칙과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업무 능력과 성과에 대한 평가가 놓여야 한다. 공무원 사회에서는 오랫동안 일 잘하는 사람보다 대인 관계가 원만한 사람들이 잘나가는 관행이 고착돼 왔다. 실제로 윗사람에게 잘 보이고 아랫사람들의 잘못에 적당히 넘어가는 사람들이 생존확률이 높은 게 우리의 현실이다. 서울시가 인사제도를 혁신한다면서 오히려 잘못된 풍토를 부추기는 결과를 빚지 않을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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