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3.14 17:49
수정 : 2007.03.14 19:05
사설
노무현 대통령이 그저께 국무회의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지침을 내렸다. 노 대통령은 “철저하게 경제적 실익 위주로 해, 이익이 되면 체결하고 이익이 안 되면 체결 안 한다는 자세로 임하라”고 지시했다. 또한 “신속 절차 안에 (체결)하면 좋고, 또 그 절차 기간내에 못하면 좀 불편한 절차를 밟더라도 그 이후까지 지속해서 갈 수 있다”고도 했다. 노 대통령의 언급이 단순한 원칙론이 아니라, 협상 타결 일변도에서 한걸음 비켜나 냉정히 처리하겠다는 의지 표현이길 기대한다.
이런 기대를 하는 것은, 무게있는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아무 의미나 시사점 없는 빈말을 했다고는 보지 않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의 지침은 뉘앙스면에서도 그동안 해 온 말들과는 다르다. 예컨대 지난 1월31일 ‘참여정부 4주년 기념 국정과제위원회 합동 심포지엄’에서 노 대통령은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는 각오를 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하기로 결심했다며, 우리가 속도경쟁을 하고 있기에 자유무역협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노 대통령의 그저께 말이 미국을 겨냥해 전술적으로 한 발언이거나, 국민에게 한 입발림이 아니길 바란다. 그건 국민한테 혼선을 줄 뿐이다. 협상단으로 하여금 원칙에 따라 국익을 생각한 협상을 하도록 하는 실질적 지침이 되어야 할 터이다. 그러자면 한두 마디 말로 끝나서는 안 된다. 정부 안엔 온통 자유무역협정 추진론자들로 차 있다. 관료들은 정책 효과를 포장하는 데 능하다. 그냥 득실을 따져보라고 하면 얻을 건 과대포장하고 잃을 것은 과소평가해 보고할 것이다.
노 대통령이 면피성으로 한번 해 본 말이 아님을 스스로 입증하려면, 직접 득실을 챙기고 필요하면 실질적 판단 기준이 될 만한 지침도 내려야 한다. 협상단이나 관료들의 보고만 들어서는 균형된 판단을 할 수 없다. 그간 협상 결과와 우리가 지켜야 할 마지노선 등을 국회와 이해관계자들, 그리고 정부 밖 전문가들에게 공개해 객관적이고 엄정한 평가를 받아봐야 한다. 이와 별도로 국회는 제구실을 해야 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무관심했다는 건 국회의원들도 자인한다. 지금이라도 협상대표한테서 제대로 보고받고 따져, 잘못된 건 제동을 걸어야 한다. 나몰라라 하다가 협상 타결 뒤에 잘했느니 잘못했느니 하는 건 무책임할 뿐더러 선택 여지도 좁아진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