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3.15 18:48
수정 : 2007.03.15 18:48
사설
한나라당의 대북정책에 상당한 변화 조짐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은 대북 교류 차원에서 이뤄지는 의원들의 평양·개성·금강산 방문 등을 적극 장려하기로 했으며, 당내에 특별기구를 만들어 대북정책을 다시 가다듬기로 했다.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북핵 불능화 조치가 착실히 이행된다면”이라는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정상회담이 무방하다는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강재섭 대표는 특히 “북핵의 완전 폐기 및 한반도 비핵화 실현이라는 전제 아래 소극적 방어적 대북정책이 아니라 호혜적이고 상호공존 원칙에 입각한 유연하고도 적극적인 통일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말만 놓고 보면 불과 몇 달 전 태도와는 상전벽해처럼 달라졌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남북화해와 평화공존을 추구하는 햇볕정책을 끊임없이 ‘김정일 정권의 존속을 도와주는 정책’, ‘일방적인 퍼주기 정책’으로 비난해 왔다. 또 지난해 북한 핵실험 이후에는 개성공단 사업과 금강산 관광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말만 나오면 아예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강하게 반발해 왔다.
그런 한나라당이 왜 이렇게 갑자기 대북정책의 기조를 바꾸었는지를 짐작하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다. 2·13 합의 이후 북-미 관계가 급진전하는 등 외부 환경이 달라진 상황에서 정책 조정을 해야 할 필요성과 함께, 특히 연말 대선을 앞두고 냉전적인 당의 이미지를 쇄신해야 한다는 판단이 있었던 듯하다. “미국이 변해 한반도를 둘러싼 정치 지형이 달라지는 마당에 대결 지향적이고 냉전적인 태도를 고수해서는 연말 대선에서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얘기들이 그런 맥락이다.
그러나 정치적 속내가 무엇이든 한나라당의 변화 추구는 환영할 일이다. 남북이 ‘호혜적이고 상호공존’하는 길을 추구하기로 한 변화의 방향이 무엇보다 옳기 때문이다. 다만, 말로만 하는 ‘선거용 온탕’ 정책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북한을 보는 눈과 관점이 바뀌는 본질적인 변화 없이는 언제든 다시 냉탕으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벌써 한나라당 안팎의 강경 수구세력은 “보수에 대한 배신”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런 내부 반발을 이기고 ‘유연하고 능동적인’ 대북정책 청사진을 내놓을 수 있을지 국민들은 지켜보고 있다. 반대와 딴죽걸기, 포장 바꾸기만으로는 수권정당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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