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3.15 18:50
수정 : 2007.03.15 18:50
사설
미국 재무부가 그제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를 돈세탁 금융기관으로 판정함으로써 지난 18개월 동안 북-미 사이 최대 현안이었던 ‘비디에이 갈등’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중국 쪽은 방코델타아시아가 동결한 북한 계좌 2500만달러의 해제 문제가 6자 회담 진전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합리적 기준에 따라 신속하게 처리해야 할 것이다. 미국이 북한과 이 은행의 거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밝혀냈다는 북한의 여러 불법행위 문제도 북-미 추가접촉을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
비디에이 갈등은 여러 교훈을 남겼다. 우선 미국은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다룸으로써 스스로 운신 폭을 좁혔다. 재무부의 이번 조처는 2005년 9월 ‘주요 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한 방코델타아시아의 혐의를 확정한 것으로, 그렇게 긴 세월이 걸릴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미국은 대북 압박을 강화하느라 사태를 키웠고, 결국 북한이 지난해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실험을 한 뒤에야 타결책 모색에 나섰다. 미국이 자국 통화 및 국제 금융체계를 보호하는 건 당연한 권리지만, 국제사회의 전폭적 지지를 얻으려면 사태를 정치화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
북한은 이번 일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기 바란다. 미국이 거론하는 북한의 불법행위가 어떤 내용인지는 확실히 알 수 없으나, 국제사회는 북한의 대외거래 행태와 관련해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북한은 우선 자체 조사를 철저하게 해 의혹을 말끔하게 해소하고 재발을 막을 적절한 조처를 취해야 마땅하다. 이는 북한이 국제 금융권과의 관계를 재정립하기 위한 전제조건임은 물론이고, 미국이 테러지원국 및 적성국 교역법 적용 대상에서 북한을 제외하는 결정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나아가 북한은 6자 회담 참가국 및 국제기구들의 협조를 받아 국제적 수준에 맞게 금융·무역 체제를 정비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교훈은 비디에이 갈등과 같은 돌발 사태가 6자 회담의 진전을 막는 일이 더는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참가국 모두 6자 회담의 핵심 목표, 곧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동북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큰 흐름에 집중해야 한다. 그 밖의 문제들은 회담이 어느 정도 진행된 뒤에 다뤄도 늦지 않다. 특히 미국과 북한은 핵심이 아닌 문제가 불거지지 않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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