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3.16 18:25
수정 : 2007.03.16 18:56
사설
예술을 하는 사람들, 그 가운데서도 문인들에게 가난은 낯선 일이 아니다. 그러기에 가난을 자양분 삼아 훌륭한 작품을 쓴 많은 문인들의 이야기가 전설처럼 미화돼 전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문인 열 가운데 네 사람꼴로 연평균 고료 소득이 100만원 이하라는 기초예술연대의 문인 생활실태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이 조사를 보면, 문인 가운데 80% 가량이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다른 직업을 갖고 있는데, 그 주된 원인은 글만으론 살 수 없기 때문이란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 문인들의 작품발표 공간인 문예지의 경우 시 한편의 평균 고료는 9만원, 소설은 40만원, 평론은 30만원이 채 안 된다. 작품 하나를 쓰는 데 들이는 각고의 노력을 생각하면 지나치게 적은 액수다. 그렇다고 문예지가 작가들을 착취하는 것도 아니다. 1990년대 이후 대부분의 문예지들은 독자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료를 줄 수 있는 문예지는 그나마 나은 편이고 상당수는 그마저도 할 수 없는 형편이라고 한다. 또 베스트셀러 작가라 하더라도 3만부 이상을 팔기 어려운 현실에서 전업작가가 나오기는 극히 어렵다.
문인이 문학에 전념할 수 없는 상황은 한국 문학의 불행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문학은 모든 예술의 바탕이며 우리 정신문화의 자양분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새로운 성장동력 산업으로 추어올리는 게임이나 영화 등 문화산업만 봐도 문학적 서사의 바탕 없이 온전히 발전하리라 기대할 수는 없다.
물론 문학이 독자로부터 외면받는 상황을 극복할 일차적 책임은 문인들 자신에게 있다. 왜 일본문학 등 번역문학에 출판시장을 내주게 됐는지를 철저히 반성해서 독자들을 한국문학으로 되돌릴 방안을 찾는 데 노력해야 한다.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문화정책 당국의 지원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문학나눔사업 예산을 줄인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다. 예술위가 복권기금을 지원받아 문학 독자 확대와 소외계층의 문화 향수권을 높이고자 만든 문학나눔사업은 우수문학도서 선정보급, 우수문예지 구입배포 등으로 큰 호평을 얻었음에도 올해에는 예산이 24%나 삭감됐다고 한다. 장르 사이 배분 문제 등이 없지는 않았겠으나 아사 상태에 빠진 문학을 되살리는 일은 긴급한 일이다. 위원회뿐 아니라 주무부처인 문화부의 새로운 지원방안 연구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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