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본 정부는 군대위안부 강제동원을 공식적으로 부인함으로써 최소한의 양심조차 갖추지 못했음을 만천하에 폭로했다. 이달 초부터 위안부를 강제로 동원한 증거가 없었다는 발언으로 국제적 비난을 자초했던 아베 신조 총리의 일본 정부는 16일에는 한술 더 떠 “정부가 발견한 자료들 가운데서는 강제연행을 직접 나타내는 기술을 발견할 수 없었다”는 내용을 각의 결정으로 채택했다. 일본 정부는 1993년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과를 표명한 ‘고노 담화’ 발표 이전 관계 자료를 조사하고 관련자들의 의견을 들었지만 이들 자료들 가운데 군이나 관헌의 강제연행을 입증하는 근거가 없었다고 주장했다.그러나 일본 정부의 이런 강변은 군대위안부로 끌려가 한많은 삶을 살았던 여성들에게 또한번의 테러를 저지른 것과 같은 행위이며, 이들에 대한 정의를 촉구해 온 국제사회를 모멸하는 짓이다. 어느 여성이라도 결코 쉽게 밝힐 수 없었을 위안부 생활을 용기있게 폭로한 위안부 할머니들의 한결같은 증언은 모집과정에 일본군이 직·간접으로 관여했을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속임수를 썼다는 것이다. 또 스스로 위안부의 동원과 관리를 맡았다고 고백한 일본군 병사의 증언도 있었다. 백 번 양보해 강제연행 자료가 없다는 주장을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그것이 일본의 범죄행위를 부인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국제사회는 이미 군대위안부와 관련한 일본군의 행위를 전쟁범죄로 규정했다. 일찍이 2차대전 종전 이후 바타비아(현 자카르타) 법정은 35명의 네덜란드 여성을 성적으로 착취한 일본군 장교들을 전쟁범죄 혐의로 처벌했다. 또 유엔은 여러 차례 청문회와 공식조사를 거쳐 98년 군대위안부를 현대판 성노예로 규정한 맥두걸 보고서를 발표하고 일본에 국가 이름으로 사죄할 것을 촉구했다.
이런 국제적 요구에 모르쇠로 일관하던 일본 정부는 미국 하원에 군대위안부 결의안이 제기되자 오히려 고노 담화까지 수정하려는 의도를 노골화하고 있다. 그러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일본 정부의 태도는, 남북한과 중국은 물론 토머스 쉬퍼 주일 미국 대사와 네덜란드 외무부 장관까지 즉각 일본 정부의 태도를 비판하고 나선 데서 보듯, 국제사회의 더 큰 비난을 초래할 뿐이다. 일본은 북한에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을 요구하려면 20만명에 가까운 여성들을 유린한 자신의 과거를 반성하는 상식부터 회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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