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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3.19 18:15 수정 : 2007.03.19 18:59

사설

4년 전 오늘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라크에 자유를 가져오겠다는 명분을 내걸고 이라크 침공을 감행했다. 부시는 한 달 안에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공언했다. 또 차기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존 매캐인 상원의원은 이라크 민중들이 학정의 종식을 기뻐하며 거리로 쏟아져나오는 것을 보면 이슬람 세계의 반미감정도 줄어들 것이라고 낙관했다. 당시 이라크 침공에 대한 미국민의 지지는 71%에 이르렀다.

그러나 지금 이런 낙관론은 종적을 감췄다. 중동에 민주주의를 강제이식하겠다는 부시 대통령의 허황된 꿈은 완전히 실패로 끝났다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미국은 지난 4년 동안 4천억달러 이상의 전비를 퍼붓고 3200명 이상의 목숨을 바쳤지만, 이라크 상황은 갈수록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라크내 민주적 과정은 역설적이게도 가장 참혹한 폭력의 배후가 되고 있는 시아파에게 권력을 몰아주는 꼴이 됐고, 그 결과 종파 갈등이 심화돼 이라크는 통제불능의 내전상태로 들어갔다. 4년 동안 희생된 이라크 민간인 수는 최소 6만4천명에서 많게는 65만5천명으로 추정치가 엇갈리고 있으며, 적어도 400만명이 뿌리뽑힌 신세로 유랑 생활을 하고 있다. 이라크인 가운데 미군 주도의 연합군을 신뢰하는 비율이 18%에 지나지 않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이라크 침공 실패는 미국의 독선적 일방주의의 파탄에 다름아니다. 미국은 침공 당시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를 찾아내지 못했다는 유엔사찰단의 보고에 귀를 막았고, 이라크 침공에 반대하는 국제사회의 여론에도 등을 돌렸다. 침공에 대한 유엔의 동의도 얻지 못했다. 4년이 지난 지금 이 전쟁에 대한 국제적 지지는 바닥 수준이다. 지난주말 세계 전역에서 벌어진 이라크전 종식 요구 시위가 그를 웅변한다.

미국은 이제라도 국제사회의 뜻을 받들어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 우선 이라크 철군계획을 분명히 밝히고 이라크인들에게 스스로 자신들의 미래를 개척해 나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그를 위해 이스라엘 일변도로 움직여 온 중동정책을 전면 전환해서 이란과 시리아를 포함하는 이라크 안정화를 지원할 국제협력틀을 짤 필요가 있다. 그러한 틀이 이라크 문제뿐 아니라 대결로 점철된 중동 역사를 다시 쓰는 계기를 만들어내는 기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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