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3.20 18:24
수정 : 2007.03.20 19:06
사설
재계의 총리로 불리는 전국경제인연합회 새 회장에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선출됐다. 2000년부터 김각중 경방 회장과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이 전경련을 맡아 왔지만 소속 기업의 비중과 위상이 너무 미약해 재계 전체를 대표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었다. 전경련이 오랜만에 관록있는 중견 그룹의 총수를 새 회장으로 맞이한 만큼 그 위상에 걸맞은 사회적 활동과 책임을 기대한다.
전경련은 전통적으로 삼성·현대차·엘지·에스케이 4대 그룹의 총수들이 회장 자리를 거의 독점해 왔다. 국내 경제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재정적으로도 거의 이들에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전경련은 4대 그룹의 목소리를 앵무새처럼 대신하는 모습을 보였다. 출자총액 제한과 순환출자 금지를 둘러싼 논란이 대표적인 사례다. 전경련은 재계 전체의 목소리인 것처럼 반대뜻을 밝혀 왔지만 재계 전체의 뜻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대기업이라 할지라도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거나 한 분야에 전념해 온 기업들은 순환출자를 이용한 재벌그룹들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를 위한 ‘금융산업의 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도 마찬가지다. 전경련은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규제라고 주장하지만 이해관계가 걸린 곳은 재벌그룹 서너 곳밖에 없다.
중견그룹인 효성의 조석래 회장이 전경련의 지휘봉을 쥐게 된 것은 변화를 위한 좋은 계기라고 할 수 있다. 전경련은 4대 그룹의 전유물이 아니다. 하루빨리 소수 재벌기업 편향에서 벗어나 명실상부한 재계 대표로서의 위상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더불어 기업이나 재계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이익단체라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기업의 목적이 단순한 이윤 추구에 머물던 시대는 지났다. 세계적으로 많은 기업들이 다른 사회 구성원과의 공존을 모색하는 지속 가능한 경영으로 가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 경제는 이제 세계 12위권으로 성장했다. 전경련 역시 현시점에서 재계에 요구되는 사회적 소임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사회공헌을 통한 지속 가능한 경영과 대-중소기업의 동반성장, 바람직한 노사관계 정립 등 적극적인 역할 변화를 모색해야 할 때다. 새 시대에 걸맞는 전경련의 변화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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