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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3.20 18:24 수정 : 2007.03.20 19:06

사설

지난해 8월 밀린 임금과 빚을 감당하지 못해 도산했던 진주 신일교통이 노동자 자주관리 기업 ‘진주시민버스’로 다시 태어나 영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회사가 다른 운수 자본에 매각되는 것에 반대하며 파업을 시작한 노동조합은 파업 133일 만인 지난해 12월1일 자신들이 직접 다시 회사 문을 열었다. 사원들이 500만원씩 모은 8억원으로 설립한 기업이지만 대표이사에는 전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을 추대했고 경영진에는 전국민주버스노조와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포함시켰다. 환경 친화형 버스를 도입하느라 면허대수 73대 중 30대만으로 운행을 시작하는 불이익을 스스로 감수하기도 했다. 눈앞의 단기적 영업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기업에서는 좀처럼 시도하기 어려운 일이다.

옛 신일교통 노동조합이 파업을 벌일 때 경쟁업체인 삼성교통 경영진은 투쟁기금을 천만원씩 모두 네 차례나 지원했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은 삼성교통 역시 노동자 자주관리 기업이기 때문이다. 삼성교통은 이달 초 개학과 동시에 소년소녀 가장 등 40명에게 매달 5만원씩 교통비를 지급하기 시작했다. 회사 관계자는 “시민들의 도움으로 회사를 출범시킨 만큼 사회 환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기업 경영 방식이 치열한 자유 경쟁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노동자 경영 참여를 시도한 기업에서 공통적으로 깨달은 교훈은, 노동자의 경영 참여가 짧아진 산업주기에 재빠르게 대응하는 데 지장을 초래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경영 효율을 높이는 데도 기여했다는 것이다. 생산과 경영에 노동자들의 다양한 참여를 보장함으로써 높은 부가가치 창출에 성공한 기업 사례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굳이 스페인 ‘몬드라곤 그룹’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우리나라에서도 광복 뒤 일본인 경영자들이 떠난 기업을 조선인 노동자들이 자주 관리 기업으로 경영하면서 생산성을 급격히 높인 경험이 있다.

노동자 자주관리 기업이 냉혹한 시장경제 체제에서 이미 실패한 실험이라고 고집하는 것은 기업 소유자의 사익이 침해될 것을 우려하는 영미식 주주 자본주의의 틀에 갇힌 획일적 시각일 뿐이다. 자본주의가 인간을 왜곡하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는 한국 사회에서 노동자 자주관리 기업은 시도해 볼 만한 대안으로서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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