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3.20 18:25
수정 : 2007.03.20 19:07
사설
교육부가 어제 사교육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눈에 띄는 건 2004년 경감대책을 시행했음에도 사교육비는 오히려 계속 늘었다는 사실뿐이었다. 외환위기 때 잠시 주춤했을 뿐 사교육비는 정부 대책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늘었던 것이다.
그래도 당국은 할말이 있는가 보다. 최하위 계층에서는 사교육비가 완만하게 줄어들고 있으며, 따라서 정책이 나름대로 효과를 거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최소한의 사교육비도 대지 못할 절대 빈곤층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평가하는 게 온당하다. 게다가 더 중요한 건 상위층 학생과 하위층 학생의 학력 격차다. 방과후 학교나 교육방송의 수능방송이 하위층의 사교육비를 줄여주었다 하더라도 상·하위층 학생의 이른바 대입 경쟁력 격차는 계속 벌어진 게 현실이다.
그러나 이번 조사가 무의미한 것만은 아니다. 고교나 대학에서 입학시험이 확대될수록 사교육비 부담은 크게 늘었다는 지극히 평범한 진실을 상기시켜줬다는 점에서 그렇다. 외국어고 설립이 확대된 2002년부터 최하위층을 제외한 모든 계층에서 사교육비가 증가했다는 사실은 그 좋은 실례다. 초등 6년 학부모의 30%가 자녀의 특목고 진학을 희망하며, 특목고 진학 희망 초등생의 94%와 중학생의 87.6%가 사교육을 받고 있다 하니 당연한 현상이다. 외국어고 확대가 이런 선망에 불을 질러버린 셈이다. 고교생 사교육은 대학입시, 특히 수학능력 시험을 대비한 것이 대부분이다. 경기침체가 가속되던 2002년 이후에도 고교생의 사교육비 증가세는 한번도 꺾인 적이 없다.
원인이 자명하면, 답도 자명하다. 초·중등생 사교육비 부담은 특목고 제도 개편을 통해, 고교생 사교육비는 대입제도 개편을 통해, 영어 사교육비는 공교육 내실화를 통해 줄여야 한다. 초등학생도 알 만한 답이다. 문제는 이 뻔한 답을 누구도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는 데 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대책으로 특목고에 대한 엄정한 장학지도, 내신 중심의 대입제도 정착을 강조했다. 그러나 자신이 없었던지, 방과후 학교 활성화, 대학생 멘토링, 교육방송 활용도 제고 등 그야말로 보조적인 수단들을 한참 늘어놨다. 저소득층의 사교육 부담을 공적 기구가 떠안는 방법이다.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대증요법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통증 치료가 아니라 환부 수술이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