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3.21 18:40
수정 : 2007.03.21 19:21
사설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6차 6자 회담이 북한의 몽니로 파행을 겪었다. 북한은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묶인 자금이 자국 은행에 입금되지 않았다며 엊그제부터 실질적 협의를 사실상 거부했다. 유연성이 모자란다기보다는 벼랑끝 전술에 가깝다. 이런 행태가 6자 회담 틀을 무너뜨리지는 않겠지만, 회담의 신뢰성에 상처를 준 건 분명하다. 북한의 각성을 촉구한다.
미국 정부는 비디에이가 돈세탁 혐의 등으로 동결한 북한 돈 2500만달러를 북한에 모두 돌려줄 것이라고 지난 19일 발표한 바 있다. 북한의 불법행위를 용인하는 조처라는 미국내 강경파의 반발을 무릅쓰고 이 문제를 북한의 요구대로 마무리한 것이다. 미국이 이렇게 성의를 보인 주된 이유가 6자 회담의 논의 속도를 높이는 데 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렇다면 북한 역시 회담에 적극 참여해야 마땅한데도 오히려 상반되는 태도를 보였다. 유감스런 일이다.
북한은 돈이 손에 들어오기 전에는 미국을 믿을 수 없다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북한은 이런 논리를 내세우기에 앞서, 자신의 행태가 또다른 불신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러잖아도 6자 회담 틀은 그렇게 튼튼하지 못하다. 어렵게 2·13 합의라는 시방서를 만들어놓고 이제 막 기초공사에 나서는 참이다. 일부 참가국이 조금만 잘못해도 이후 과정이 어그러질 수 있는 상황이다.
6자 회담은 한두 참가국에 이익을 주려고 마련된 자리가 아니다. 참가국 모두 초기 단계에 ‘행동 대 행동’이라는 원칙 아래 자기 몫의 실천에 충실하지 않으면 다음 단계의 일정을 짜기가 힘들어진다. 특히 북한은 벼랑끝 전술을 통해 더 많은 것을 얻어내겠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다른 참가국들은 북한이 핵 포기라는 전략적 선택을 분명히 하고 회담에 성실하게 임하기를 바라고 있다.
6자 회담은 북한의 앞날에 엄청난 기회를 줄 수 있는 무대다. 미국내 협상파의 위상은 과거 어느 때보다 견고하고, 각국의 한반도·동북아 평화체제 구축 의지도 확고하다. 북-일 관계가 아직 냉각돼 있긴 하나 실무그룹들의 논의도 착실하게 이뤄지고 있다. 북한은 작은 것에 집착해 큰흐름을 놓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다른 참가국들은 북한에 대한 기대가 어그러질 경우 2·13 합의 이전보다 훨씬 더 냉정하게 대처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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