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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3.23 18:06 수정 : 2007.03.23 19:03

사설

얼마 전 방영이 끝난 드라마 〈하얀거탑〉의 주인공이 마지막회에 주검 기증을 한 뒤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 등 관련 단체에 장기 기증을 약속하는 사람이 많이 늘었다고 한다. 좋은 드라마의 힘이 느껴진다.

유교의 영향 등으로 거부감이 강했던 장기 기증에 대한 인식이 근래에 와서 상당히 바뀌었다. 종교인 등이 사랑나눔 운동을 앞장서 펼친 덕이 크다. 2년 전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의 주검 기증과 지난해 6월 가톨릭 사제 600여명의 장기 기증 서약 등이 대표적이다. 또 올해 들어 기독교대한성결교회의 목회자와 신도 4000여명이 장기 기증을 약속했다. 이에 따라 장기 기증 서약자는 2000년 1246명에서 지난해 13만7505명으로 크게 늘었다. 여기에다 골수와 각막 기증 서약자 12만7천여명까지 합하면 지난해 전체 기증 희망자는 39만7천여명에 이른다.

장기 기증은 국민의 생명 보호와 사회적 연대, 사랑 실천 등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관련돼 있다. 따라서 시민들의 자발적인 운동에만 맡겨둬서는 안 된다. 사회정책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운전면허증에 소지자의 장기 기증 의사를 표시하는 제도를 도입하도록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을 고친 것은 바로 이런 까닭에서였다. 면허증을 새로 발급받거나 재발급받는 인원이 한 해 390만명에 이르기에 이 제도가 시행되면 장기 기증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 제도는 경찰청 등이 난색을 표시해 표류하고 있다고 한다. 경찰 쪽은 “뇌사자가 발생하면 경찰청과 운전면허시험관리단 쪽에 문의나 민원이 들어올 텐데 이를 다룰 인력과 예산이 없다”거나 “사고라도 나기를 바라는 얘기냐”며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고 한다. 발상이 어이가 없다. 면허증 발급 때 당사자에게 뇌사 시 장기 기증을 할지를 확인한다면 이는 기분 나쁜 일이 아니라 시민으로서 이웃사랑을 생각해 보는 좋은 계기가 된다. 오래전부터 운전면허증 장기기증 표시제를 시행해서 좋은 결과를 얻고 있는 미국과 영국의 예를 굳이 들 필요도 없다. 인력과 예산이 모자라면 그거야말로 정부 부처간 협의를 통해 해결할 일이다.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법률의 시행이 실무부서의 무성의와 인식부족으로 지연돼서야 되겠는가. 지금도 1만7천여명이 장기 이식을 기다리며 하루하루 죽음 같은 삶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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