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난해 법원에 개인파산을 신청한 사람이 12만여명으로 전년도에 견줘 세 배 넘게 늘어났다. 파산 신청자가 늘어나는 것은 갱생의 길을 찾는 사람이 그만큼 많아진 것으로,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니다. 법원이 파산 선고자의 빚을 탕감하는 결정을 하는 비율이 그동안 계속 높아졌고, 개인파산 절차도 간소해진 덕분이다.그러나 파산 신청자가 늘어나면서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져온 게 사실이다. 재산을 숨기거나, 일부 빚은 갚을 능력이 있음에도 제도를 악용해 빚을 탕감받는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2년간 서울중앙지방법원의 면책 결정 비율은 99% 안팎이었다. 이 때문에 법원이 경제적 약자만 너무 보호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법원이 앞으로 파산·면책 심리를 엄격히 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채무자가 정말로 빚을 갚을 능력이 없는지를 꼼꼼히 살피고, 숨긴 재산이 있는지 따지고, 사기 파산에 대해서는 사후 제재를 강화하기로 했다.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막는 것은 파산제도의 참뜻을 살리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 때문에, 제도 운용이 지나치게 딱딱해져서도 안된다. 아직도 많게는 100만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사실상의 파산자가 있다. 지금같은 속도로 개인파산이나 개인회생을 통해 갱생의 길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더라도 그들 대다수가 정상적인 경제활동으로 복귀하는 데는 앞으로 몇년이 더 걸릴지 모른다. 법원은 이런 현실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법원은 개인회생이 가능한 경우 파산보다는 개인회생으로 유도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길게는 5년간 최저생계비를 뺀 나머지 수입으로 빚을 갚는 개인회생 쪽이 채권자에겐 유리하다. 하지만 개인회생 신청자는 지난해 5만6155명으로 전년대비 15.7% 늘어나는 데 그쳤다. 파산·면책이 채무자에게 더 유리하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의 개인회생 제도는 채무자가 최저생활을 하며 빚을 갚아나가는 기간이 5년으로, 3년 안팎인 외국에 견줘 길다. 그것이 개인회생을 꺼리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파산·면책 심사를 까다롭게 하는 만큼, 개인회생 판결에선 채무자의 처지를 더 고려하는 쪽으로 법원이 운용의 묘를 살리는 게 옳다. 최장 5년으로 돼 있는 채무 변제 기간을 단축하는 방안도 국회가 적극 검토해야 한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