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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3.25 17:56 수정 : 2007.03.25 20:58

사설

50년 전 오늘 유럽인들은 본격적인 유럽통합의 시작을 알리는 로마조약을 체결했다. 이 조약에 근거해 이듬해 프랑스, 서독, 이탈리아와 베네룩스 3국 등 6개국으로 출범한 유럽경제공동체는 지난 50년간 심화와 확대를 거듭해 27개 회원국에, 4억9천만명의 인구, 그리고 11조유로(약 1경4000조원)의 국내총생산을 자랑하는 지금의 유럽연합으로 성장했다. 경제적 통합의 상징인 단일통화 유로가 도입됐고, 공통의 통상정책은 물론 외교·안보정책 등에서도 공통의 정책을 마련하려는 노력이 활발하다. 회원국 시민들은 자유로운 이동과 취업이 가능해지면서 개별 국가의 시민이란 정체성을 넘어 유럽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그렇다고 하여 유럽연합의 현재와 미래가 장밋빛만은 아니다. 국가 간 수준의 차이가 통합을 심화하려는 노력에 걸림돌이 되고 있고, 그 결과 일부 나라들에서 유럽헌법이 부결된 것처럼 유럽통합에 대한 환멸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울러 통합을 이끌어온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역내 강대국들의 내부경쟁 역시 때로는 불협화음을 빚기도 한다.

그럼에도 지난 50년간 유럽인들이 추구해온 통합을 위한 노력은 인류 역사에서 비견하기 힘든 귀중한 실험이었다. 전쟁으로 점철됐던 과거를 극복하고, 관용과 협력과 연대에 바탕한 국가 간의 관계를 본격적으로 추구해온 역사이기 때문이다. 유럽연합의 또다른 중요성은 냉전 해체 이후 유일한 초강국으로 등장해 세계를 농단하고 있는 미국을 견제하면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세력이라는 점이다. 유럽연합은 충분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패권적 세계질서에 맞서 다른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해왔으며 베를린선언에 포함될 온난화 방지를 위한 야심적 목표 설정처럼 에너지·환경 등 전지구적 문제 해결을 위해 선도적 역할을 자임했다.

아직도 냉전의 잔재가 가시지 않은 동북아를 포함한 동아시아에도 아세안+3라는 협력의 틀이 있다. 한·중·일과 아세안이 협력의 내용을 심화하면서 북한 등 역외 지역까지 포괄할 수 있도록 이를 확대해나간다면, 동아시아에서도 화해와 관용 그리고 연대의 새 역사가 가능해질 수 있다. 분단의 고통 속에서 중급국가로 성장한 한국은 이 과정에서 민족국가를 넘어서는 새로운 국가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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