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3.26 17:44
수정 : 2007.03.26 18:47
사설
한-미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위한 장관급 회담이 서울에서 시작됐다. 여덟 차례에 걸친 협상과 고위급 회담을 거쳐 최종 담판에 들어간 셈이다.
그동안의 협상을 통해 초점은 분명해졌다. 미국 쪽 뜻은 몇가지로 정리된다. 먼저 △쇠고기 수입관세 철폐와 검역기준 완화 △자동차 관세와 비관세 장벽 제거, 이 두 가지는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태도다. 이들을 관철시키지 못하면 협정을 체결할 수 없다는 태도다. 또 △미국 국내법 개정과 무역구제 절차 개선 불가 △개성공단 제품 원천 배제 등은 일찌감치 결론을 내려놓은 상태다.
지금 상태에서 우리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으려면 이런 조건을 수락하는 길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어 보인다. 미국으로부터 양보를 얻어낼 수 있는 것은 쌀 개방 유보와 미국 자동차 및 섬유 시장의 부분 개방 외에는 거의 없다. 더불어 방송·통신 분야에서 부분적 양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막판 주고받기가 이뤄진다 해도 우리가 큰 양보를 얻어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남은 것은 협상이 아니라 판단이다. 다시 한번 묻고 싶다. 지금까지 협상에서 우리가 얻은 게 무엇인지.
세계적인 추세니, 새로운 성장동력 확충이니 하는 막연한 말로 적당히 넘어가려고 해서는 안 된다.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된다고 해서 우리 기업들이 미국 시장을 마음대로 헤집고 다닐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산이다. 제한된 범위에서 부분적인 시장 확대가 있을 뿐이다. 미국은 철저하게 자국에 이익이 되는 현안 위주로 협상을 이끌어가고 있다. 이미 스크린쿼터 축소, 의약품 특허권 기간 연장, 자동차 세제개편, 쇠고기 검역조건 완화 등 굵직한 현안에서 실리를 챙겼다. 반면 우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만이 우리의 살 길’이란 태도로 협상에 임하는 바람에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여기서 다시 빅딜을 한다면 쌀을 지키는 대가로 나머지를 거의 모두 내주게 될 것이다.
몇가지 민감한 사안을 추후 논의하는 빌트인 방식의 타협을 이뤄낸다 해도 우리에게 불리한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미 양보한 것이 너무 많다. 더 양보를 하려면 차라리 협정 체결을 하지 않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단순히 기술적 협상으로 풀릴 문제가 아니다. 자유무역협정이 과연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인지 원점에서 다시 판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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