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3.26 17:45
수정 : 2007.03.26 18:47
사설
박태환 선수가 국제수영연맹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400미터 결승에서 그제 기적같은 막판 역영으로 금메달을 땄다. 50미터를 남겨두고 세 선수를 잇달아 제치고 1위로 골인한 장면은 몇 번을 봐도 벅찬 감동을 준다. 김연아 선수가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에서 3위에 오른 지 하룻만에 그가 우리에게 또한번 큰 기쁨을 안겼다. 고마운 마음으로, 축하를 보낸다.
우리나라 선수가 세계 수영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박 선수가 처음이고, 동양인 전체로도 금메달은 세 번째다. 특히 남자 자유형은 그동안 세계대회에서 동양인이 딱 한 번 동메달을 땄을 정도로 서양인의 독무대였는데, 중거리 경기인 400미터 경기에서 체격이 상대적으로 작은 박 선수가 우승한 것은 수영사에 길이 남을 쾌거다. 세계수영연맹이 ‘위대한 한국인’이라며 그를 치켜세우는 게 조금도 이상할 것 없다.
우리 선수들로선 어려울 것만 같던 수영에서 박 선수가 이런 성과를 낸 것은 피땀어린 노력이 열매를 맺은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일깨워준 것을 높이 사고 싶다. 그러나 박 선수 한 명의 성적만 갖고 한국 수영계의 실력이 그만큼 성장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박 선수는 그의 천재성이 두드러진 경우이고, 다른 수영 선수들의 실력은 세계적인 선수들에 견줘 아직 크게 떨어진다. 제2의 박태환이 나오게 하려면 앞으로 가능성 있는 선수들을 키워내는 데 몇 곱의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제 우리 청소년들의 체격 조건도 많이 좋아져 서양인에 그리 크게 뒤지지 않는다. 그동안 우리가 포기해 온 종목들에서도 세계무대에 당당히 어깨를 내밀 수 있다는 자신감을 살려 나간다면 앞으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선수나 그 가족의 힘만으로는 어려울 것이다. 김연아 선수는 훈련할 스케이트장이 없어 고생했다. 박 선수는 후원사의 재정적 지원과 훈련 지원을 받고 있지만 아시아 무대에 이름을 날린 뒤의 일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그동안 소홀히 다뤄온 종목들에서도 가능성이 있는 엘리트 선수 육성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한때는 정부와 체육계가 엘리트 체육에만 신경쓴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엘리트 체육과 사회체육은 서로 보완하며 발전한다. 뛰어난 선수가 나와야 저변이 넓어지고, 그래야 또 뛰어난 선수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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