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국 정부가 일본 정부에 군대위안부 관련 범죄의 중대성을 인정하는 책임있는 태도를 촉구하고 나섰다. 톰 케이시 국무부 부대변인은 그제 위안부 문제를 두고 총리로서 사과한다고 물러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발언에 대한 논평에서 “우리는 일본이 저지른 범죄의 중대성을 인정하는 솔직하고 책임있는 태도로 이 문제를 해결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부시 정권 등장 이래 일본과 밀월관계를 유지해 온 미국마저 이렇듯 유례없이 강경한 어조로 책임있는 태도를 촉구한 것을 일본 정부는 무겁게 느껴야 한다. 군대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부인한 아베 총리와 일본 각의의 의견이 일본 제1의 동맹국인 미국에서조차 받아들여질 수 없는 강변임을 확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집권하면서 일본을 국제사회에 더 큰 책임을 지는 아름다운 나라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또 그의 지지세력인 보수파들은 일본이 보통국가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야스쿠니나 군대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일본 정치인들의 역사인식을 보면 아름다운 나라나 보통국가가 되기엔 아직 멀었다는 느낌이다. 아베 총리는 그제 참의원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분들에게 동정을 느끼며, 그들이 당시 그런 상황에 놓이게 된 것에 대해 총리로서 지금 당장 사과한다”고 말했지만, 여전히 강제동원 사실은 인정하지 않았다. 같은 날 시모무라 하쿠분 관방 부장관은 한술 더떠 “부모가 딸을 파는 일이 있었다”고까지 했다.
이래서야 아베 총리의 사과를 믿을 수 있겠는가? 아베 총리는 일본인 납치 문제는 현재진행형인 인권침해로 군대위안부 문제와 성격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군대위안부 문제는 결코 과거 문제가 아니다. 아직도 많은 위안부 할머니들이 그 당시의 고통을 지닌 채 살아가고 있다. 아베 총리를 비롯한 일본 정부 관리들의 발언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중대한 진행형의 인권침해 행위다.
이 논란을 종식시킬 책임은 일본에 있다. 아베 총리와 일본 정부는 이제 언어유희를 그만두고 일본 국가의 이름으로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사죄해야 한다. 그리고 3월 말 끝나기로 예정된 아시아여성기금 대신 일본 정부의 돈으로 위안부 할머니들이 당한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 그렇게 할 때에만,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주변국들은 물론 국제사회가 ‘보통국가’ 일본을 수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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