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3.27 18:59
수정 : 2007.03.27 18:59
사설
정부가 홍보물 발송과 지방순회 토론회 개최 등 개헌 홍보에 대대적으로 나선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연내 개헌에 반대하는 한나라당의 반발이 거세다. 한나라당은 개헌 홍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공무원의 정치 중립 위반 여부를 가리기 위한 감사원의 감사를 청구하는 한편, 국정홍보처 폐지까지 거론한다. 정부는 중앙선관위로부터 ‘문제 없다’는 유권해석을 받았기에 개헌 홍보를 앞으로도 계속할 뜻을 밝히고 있다.
사법적 판단 사례가 없어 정부가 추진 중인 개헌 홍보활동이 불법인지를 단정해서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민투표법은 “국민투표에 관한 운동은 국민투표 공고일부터 투표일 전일까지 한해 할 수 있다”(26조)고 운동 기간을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현행 규정으로는 지금 벌이는 정부의 홍보활동이 법을 위반한 것 아니냐는 정치적 법적 논란이 따를 수밖에 없다. 또 공무원이 국민투표에 관한 운동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한 조항(같은 법 28조)을 위반했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정부는 개헌 홍보를 ‘투표 운동’이 아니라 포괄적인 의미에서의 국정홍보 활동이라고 주장하지만, 군색하다. 정부의 이런 홍보활동은 국민투표에 앞서 있을 국회 표결을 염두에 둔 사실상의 ‘투표 운동’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법성 논란과 별개로 개헌 홍보의 방법 등이 적절한지도 의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국정홍보처나 법제처 등이 나서는 것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개헌과 아무 연관이 없는 다른 부처들이 각계 인사들에게 개헌 필요성을 홍보하는 전자우편을 일제히 보내는 것은 생뚱맞다. 또 개헌 내용이나 시기 등에 대해 여론이 집약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만든 개헌시안 세 가지만을 놓고 그 중 하나를 고르자는 식의 토론회를 여는 것도 형식적이고 공허하다. 짜여진 절차에 따라 밀어붙인다는 인상을 줄 수밖에 없다.
개헌은 정부가 일방적인 여론몰이로 추진할 일은 아니다. 그런다고 가능하지도 않다. 개헌 추진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가 있어야 하며, 각 정당 등 정치세력의 의견도 모아져야 한다. 지금처럼 둘 다 크게 부족한 상태에서 정부가 고집스레 밀어붙이는 것은 괜한 갈등과 국력 소모만 부를 뿐이다. 정부는 개헌 홍보에 나서기에 앞서 개헌 시기 등에 대한 여론을 다시 한번 폭넓게 수렴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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