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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3.28 17:57 수정 : 2007.03.28 17:57

사설

최근 경기도 남양주의 산림생산기술연구소 시험림에서 수령 70여년의 잣나무들이 무더기로 베어졌다. 둘레 30~40㎝, 높이 20m의 거목들이다. 시험림 안 잣나무 두 그루에서 재선충 감염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평소 감염목 주변 0.1㏊ 안 나무만 베었지만, 이번엔 주변 5㏊의 잣나무를 모두 베었다. 불과 1.5㎞ 떨어진 곳에 있는, 대한민국 산림자원의 보고인 국립 광릉수목원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산림 당국은 주변 지역을 초토화하는 것 말고는 대책이 없어 갈팡질팡한다. 소나무 재선충만 알았지, 잣나무 재선충은 이번에 처음이니 방제대책이란 게 있을 수 없다. 확산 속도도 놀랍다. 지난 12월 말 경기도 광주 초월읍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강원도 춘천·원주, 그리고 경기도 남양주의 호평·묵현·부평리로 거침없이 나돈다. 게다가 매개곤충이 중부 이북지방에 널리 서식하는 북방수염하늘소라는 사실도 큰 문제다. 소나무 재선충의 매개곤충인 솔수염하늘소는 주로 남부지방에 살아 재선충이 중부 이북으로 확산하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북방수염하늘소의 등장으로 중부 이북 산림의 26%를 차지하는 소나무·잣나무도 위험해졌다.

대책은 하나뿐이다. 재선충 이동을 막는 것이다. 그러자면 감염 경로를 파악해야 하는데, 아직 밝혀진 게 없다. 답답한 나머지, 사람이 고의로 퍼뜨린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 하나가 있다. 재선충은 제 발로 움직이지 못한다. 솔수염하늘소나 북방수염하늘소라는 매개 곤충을 통해 이동한다. 두 곤충의 활동 반경은 고작 100m 정도라는 사실이다. 태풍 등 강한 바람이 먼거리까지 옮겨주기도 하겠지만, 가능성도 적을 뿐더러 인력으로 막을 재간도 없다. 따라서 중요한 건 사람으로 말미암은 이동을 막는 일이다.

당국은 이를 위해 한편에선 감염목 색출과, 다른 한편에선 소나무류의 이동 제한에 행정력을 쏟고 있다. 관련 공무원 징계를 강화하고, 생산확인 검인제도와 반출 금지구역 확대를 추진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그 많은 사람과 물자의 이동을 모두 통제할 순 없다. 따라서 국민과 업계의 협조가 가장 중요하다. 당국의 무기력만 탓하고 있을 순 없다. 그리고 사실 재선충을 멀리 옮겨준 것도 대개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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